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KBS2 ‘아이가 다섯’이 28.2%로 시청률 1위를 차지했으며 MBC ‘결혼계약’ 20.4%, '가화만사성' 14.4%, '그래 그런거야' 10.1%, SBS ‘미세스캅2’ 9.6% 순이었다.

 

시대와 호흡하며 삶에 대한 통찰과 가족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온 김수현 작가의 복귀는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는 방송현실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 2월 방영 이후 시청률 저조는 물론 별다른 반향조차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 전통적 가족구성 vs 1인가구

 

김수현 드라마가 늘 그래왔듯 ‘그래 그런거야’에는 유씨 3대(이순재-홍요섭-조한선)가 한집에 모여 산다. 따로 사는 홍요섭의 두 형(노주현 송승환)네 가족을 비롯해 2~3대 친인척들은 이 집에 무시로 드나든다. 한두 달 간격으로 돌아오는 제사엔 전 가족이 함께하고, 일요일 점심마다 소집돼 단체 식사를 한다. 개개인의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걱정하고 공유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루에 몇 차례씩 대가족의 식탁을 차려내는 것은 환갑을 맞은 며느리(김해숙)의 몫이며, 처 증조부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손주사위는 뒷말을 들으며, 결혼 2개월 만에 남편과 시어머니를 잃은 며느리는 5년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장성한 30대 의사인 장손(조한선)은 그 나이와 경제력에도 조부모, 부모 품을 떠나지 않는다.

각자 생활하기 바빠 가족과는 설과 추석 등 1년에 몇 번 만나는 것에 불과한 상당수 시청자 입장에선 판타지에 가깝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력갱생하며 혼밥, 혼술하는데 익숙해진 600만 1인가구 시선에선 비현실의 공간이다.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복원하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나 시대와 동떨어진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공감의 폭을 좁힌다. 전작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싱글맘의 이혼과 재혼, 비혼 여성의 삶을 전향적 시선으로 그렸던 것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기성세대 vs 청년세대

 

우리사회 가족구성 단위의 급격한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은 세대를 바라보는 데에도 적용된다.

 

군대까지 마친 손자 세준(정해인)은 여행사를 차려 죽는 날까지 여행하는 것이 꿈인 청년이다. 취포자(취직포기자)를 선언하고 각종 알바를 전전하는 그에게 가족들은 정신 차리고 취직할 것을 강요한다. 이에 세준은 “20대도 희망퇴직을 권고 받는 세상에서 왜 꼭 직장에 목매고 살아야 해? 1년 알바해서 1년 여행하며 살면 안 될 게 뭐냐구. 왜 꼭 남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해”라고 절규한다.

통조림 인생 대신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하는 그를 향해 부모뿐만 아니라 취업자인 형과 누나조차 “스물여덟이 되도록 정신 못 차린 철부지” “허황되고 불안한 꿈” “열심히 노력하라”고 혀를 끌끌 찬다. 청년들의 실업대책 마련 요구에 “눈높이를 낮추라”던 기성세대·정치권의 모습이 절로 포개진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들 역시 더불어 사는 인생임을 강조했던 바 있다. 그랬던 작가이기에 청년 실업을 에피소드로 다루면서 구조적인 문제 인식과 개개인의 선택적 삶에 대한 공감보다 가족간 갈등 유발 장치, 현명한 노년세대에 의한 갈등 봉합으로 치환해버리는 점은 아쉽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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