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생활공간이거나 재테크의 수단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휴식과 에너지를 얻는 공간이자 자신의 개성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면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집안 꾸미기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홈인테리어, 홈스타일링, 홈퍼니싱과 같은 용어가 쏟아지는 가운데 3~4년 전부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북유럽 가구가 인기다. 뛰어난 마감 디테일과 안락함, 친환경 제품을 자랑하는 덴마크 최대 가구 브랜드 일바(ILVA)를 국내에 소개해오고 있는 김승호 일바&아이디디자인 마케팅실장을 아시아 1호 매장인 서초 본점에서 만났다. 건물은 7개 층으로 이뤄져 층마다 콘셉트를 달리하는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상적이다. 

국내 가구시장은 저가 50%, 중가 20%, 고가 30%의 저가와 하이엔드로 양극화된 역피라미드 구조다. 허리 부분(중가)이 강한 미국 및 유럽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인지도 있는 국내 브랜드들이 중가대를 포지셔닝 했지만 퀄리티는 저가거든요. 가격만 높은 셈이죠. 소비자 눈높이는 날로 올라가고, 취향은 세련의 끝을 달려 이들 브랜드 제품에 만족을 못하거든요. 그렇다고 논현동이나 재벌, 연예인, 고액 연봉자들이 아닌 다음에야 청담동 수입매장에서 몇백, 몇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제품을 사는 건 부담스러웠던 거죠.”

국내 론칭 2년째인 일바는 먼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덴마크 글로벌 본사가 생산자와 직접 연결돼 있어 가격을 낮추는 게 가능하다. 글로벌 본사가 전 세계 주문을 통합해 발주를 넣는 구조여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영국 시장과 비교해 30~40% 저렴한 수준이다.

글로벌 본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생산자는 총 300여곳으로 100%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이다. 유럽에서 생산된 커스터마이징 식탁의 경우 보통 가격대가 1000만원대에 달하지만 우리는 200만~400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김실장은 “이게 정상”이라며 “생산자를 다이렉트로 연결시키고, 본사는 로얄티만 받아가고, 제품 가격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클리어하게 책정하니 가격대는 낮춰지고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만의 개성, 희소가치를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에 발맞춘 모든 홈퍼니싱 제품을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할 수 있다. 제품 사이즈부터 컬러, 다리, 원단 등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덴마크 본사에서 작업이 이뤄져 공수해 오느라 기간은 4~5개월이 걸린다. 또한 개인의 취향과 기존 인테리어를 감안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제외하고 가구부터 욕실·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은 다 있어야 한다는 ‘홈퍼니싱’ 개념에 걸맞게 가구 포함 무려 800~900가지의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 본사에는 6000가지 정도가 고객들과 만나는 중이다.

왜 국내 소비자들이 북유럽 가구 스타일에 매료되는 것일까. 북유럽 스타일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똬리를 틀었다.

“이탈리아 가구는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추죠. 소품보다는 가구 위주예요. 프랑스 가구는 엘레강스한 소재와 디테일을 강조하죠. 반면 북유럽 가구는 디자인과 컬러가 심플한 대신 포인트를 쿠션이나 소품에 줌으로써 자기만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게 특징이에요. 실용성과 편안함을 추구하고 소품 활용에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요즘 소비자들 특히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욕망과 딱 맞아 떨어지죠.”

무역 업무부터 시작해 20년째 가구에 매진해오고 있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가구는 해가 바뀌면서 제품도 틀려지고, 유행에 큰 영향을 받는 데다 가격대 역시 천차만별이다.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접근해 들어가다가 “저들은 왜 저리 큰 매출을 이룰까”란 생각에 도달했다.

“이케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저가와 회전율을 자랑하죠. 하지만 딱 3~5년 정도 사용할 제품을 만들어서 재구매율은 약한 편이죠. 일종의 패스트푸드죠. 덴마크나 유럽인들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모아서 조화롭게 만드는데 능해요. 식탁은 고가의 제품을 쓰면서 의자는 이케아를 써도 멋스럽거든요. 부담 없이 자주자주 바꿔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국은 브랜드 풀세팅 식으로 전체를 통일시키려는 경향이 강하죠.”

요즘 온라인 구매가 대세다. 직접 입어본 뒤 핏을 확인해보고 사야 한다는 의류제품까지 뚫린지 오래다. 김실장은 가구만큼은 온라인 구매를 해서는 안된다고 권유한다.

비슷해 보이는 가구여됴 내구성, 안락함, 기능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통 프레임으로 만들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평감, 삐그덕거림이 나타나기도, 완벽하게 잡혀지기도 한다. 기술집약적 산업이라 저가형 가구는 2년 정도 사용하면 휘어버리기 일쑤다. 매장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앉아보고 누워보고 만져보고 체험해보기를 강추한다.

봄을 맞아 집안 분위기 전환을 꿈꾸는 싱글남녀, 허니문 하우스를 꾸미는 신혼부부, 인생 첫 독립을 하는 청년세대를 위한 홈인테리어의 팁을 청했다. 역시나 “정답은 없다”가 그의 대답이다.

“내가 편하고 내 콘셉트에 맞는 게 중요해요. 정형화된 것만 좋아하는데서 벗어나야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다른 거일 뿐이고 나의 정체성이 틀린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를 뿐이거든요. 다만 컬러 활용을 잘할 것은 강조하는 편이죠. 안정감 있는 컬러를 전체적으로 사용하고 포인트 컬러를 하나 딱주는 방식은 일반의 콘셉트이기도 하고요.”

싱글이 비좁은 원룸 혹은 오피스텔에만 산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중대형 아파트나 빌라 등에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다. 1인가구에 대한 스타일링 팁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가구가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해요. 재택근무가 많은 프리랜서의 경우 거실에 대형 테이블과 침대를 놔두고 휴식에 비중을 둔다면 거실에 소파 등 안락한 제품을 배치해야겠죠. 홈파티를 자주 여는 사람들은 빅사이즈 테이블이 필요하고 식기나 주방 테이블이 보강돼야 하죠. 더불어 본만큼 안목이 높아져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고, 원하는 방향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사진=조유경(OH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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