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원의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경이 발견돼 눈길을 끈다.

 

실상사의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을 3D-CT로 촬영한 모습.

◆ 건칠불좌상 CT촬영 후 불경 꺼내

오늘(24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 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로 촬영한 결과, 머리 부분에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이 있었다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5년 이 불상을 X선으로 찍어 머리에 복장물(腹藏物·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었지만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3D-CT 장비로 불상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조사를 통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불경의 보존 상태가 염려돼 이를 수습했다. “불경은 최대한 불상을 파괴하지 않는 과학적 방법으로 꺼냈다”고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밝혔다.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

◆ 절첩장 불경 국내 4점뿐…희소가치 높아

이번에 나온 불경은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으로,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折帖裝) 형태다. 크기는 가로 11.8㎝, 세로 30.6㎝이다.

끝 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은가루로 쓴 절첩장 불경은 국내에 4점만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14세기 대반야바라밀다경이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다.

건칠불(乾漆佛)은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사진제공=불교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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