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촌의 한옥 이탈리아 레스토랑 ‘카델루뽀'를 비롯해 ’비스트로 친친‘ ’친친 원테이블‘ ’친친 함박‘ 등 6개 레스토랑 오너셰프인 이재훈(37). 방송인 홍석천이 스멀스멀 이태원을 장악했다면, 이재훈 셰프는 서촌의 맹주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부터 셰프테이너가 된 그를 23일 효자동 안자락에 위치한 ’카델루뽀‘에서 만났다.

 

 

Story 1. 어린시절 놀이로 접한 요리...군제대 후 伊 유학

“어려서부터 요리는 놀이였어요. 대학에서 가정과를 졸업한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팬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을 직접 만들어주셨고요. 아버지 역시 요리하는 걸 즐기셨죠.”

고등학교 시절 요리를 하고 싶었으나 대학엔 컴퓨터 관련 학과로 입학했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학기를 마친 뒤 휴학을 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보자 싶어서 레스토랑을 기웃거리다가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운 좋게도 군에 입대해서도 취사병 보직을 맡았다.

제대 후 스물일곱 살에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옆의 소도시 아스티로 유학을 떠났다. 10대 후반 진지하게 접했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잔향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I.C.I.F 요리학교에서 이탈리아 전역의 다양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 피렌체 인근 몬테 칸티니의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했다.

 

Story 2. 강남 청담에서 강북 서촌으로, 손님과의 교류 갈망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 강남 청담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헤드셰프로 일을 했다. 당시엔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요리를 하는 것보다 손님과의 교류를 갈망하던 상태였다.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일본 유학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대지진이 발생해 아쉽게도 취소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서촌의 한 레스토랑에서 페이 셰프를 구한다고 해서 이곳으로 입성하게 됐다.

 

 

“2010년 무렵 서촌엔 가게도 별로 없었어요. 강남 느낌과 너무 다르고, 옛날 시골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와우~이거다!’ 싶었죠. 6개월이 지나고 나서 건물주에게 허락을 받아 ‘카델루뽀’를 오픈했어요. 외진 공간에 테이블도 6개 밖에 안돼서 2년 동안은 돈을 한번도 가져가지 못했어요. 1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었고, 저의 요리와 매장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기 시작했어요. 고비가 굉장히 많았는데 좋은 분들을 많이 소개 받으면서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공간에서 사랑받았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크고요.”

 

Story 3. 제철 식재료 이용, 한국적으로 풀어낸 이탈리아 요리

길 건너에는 유서 깊은 통인시장 있다. 할머니들이 캐온 쑥을 비롯해 좋은 우리의 식재료가 풍성하다. 이 셰프는 출퇴근길에 재료들을 꼼꼼히 살피며 이를 이용해 런치 메뉴를 꾸민다. 가장 좋은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고객 반응이 좋으면 고정 메뉴가 되는 식이다.

봄에만 나오는 두릅과 참나물을 이용한 모시조개 봉골레 파스타, 봄 냉이를 이용한 페스토, 아그로수퍼 삼겹살에 다진 버섯과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이탈리아 만두), 코코넛 밀크를 넣은 단호박 소스에 18시간 수비드(저온숙성)한 통삼겹살 요리, 달콤한 된장 소스에 리코타 치즈를 곁들인 가지구이, 다진 한우로 속을 채운 올리브 튀김 등 한국 스타일로 풀어낸 이탈리안 디시들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제철 재료를 이용하고, 스태프와 함께 요리하니까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고, 조미료는 철저히 배제하는 게 원칙이에요. 자극적이지 않아 손님들의 연령대가 넓은 펀이에요.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담겼느냐는 접시에서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죠. 이탈리아 요리법을 가지고 한국 식재료를 접목해서 하는 게 저의 목표예요.”

 

 

Story 4. ‘냉부’ 출연하며 차세대 셰프테이너 부상

‘냉장고를 부탁해’에 뉴페이스로 등장, 쟁쟁한 선배 셰프들과 출연 중이다. 게스트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15분 안에 초스피드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울 텐데 늘 그의 요리는 젊고 창의적이라 감탄을 자아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거죠. 방송은 즐거운데 가게에 손님들이 오셨을 때 녹화 차 부재중이거나 소홀한 부분이 생겨서 아쉽죠. 또 셰프테이너라고들 하니(웃음) 손님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니까 이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어려움도 생기고요.”

그럼에도 이 기회를 이용해 더욱 새로운 시도를 해볼 계획이다. 이탈리아 요리 대신 하루종일 태국 요리를 판매하는 팝업 식당이라든가 칵테일을 배워서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다. 한국 및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남아 유명 관광지(세부, 푸켓, 방콕 등)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해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아니라 한국 느낌이 나는 이탈리아 요리를 팔아보고 싶은 구상도 가다듬고 있다.

 

 

Story 5. 가족과 함께하는 싱글라이프

싱글남이지만 나 홀로 여행하고 혼밥 하는데 ‘올인’ 하지 않는다. 동남아 지역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고 지난해와 올해, 태국 방콕과 필리핀 세부는 할머니까지 모시고 3대가 동반 여행을 했다. 여행사 직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올해 안에는 결혼을 하라고 말씀하시는데...모르죠.(웃음) 가족과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식당에 자주 들르게 되죠. 음식을 함께 먹으며 가족간의 정을 쌓는 게 좋고, 저는 이런저런 구상을 하게 되고요. 제가 요리의 영감을 얻는 것은 누군가의 음식을 먹는데서가 아니라 어디를 여행 가거나 미술작품을 보고, 음악을 듣는데서인 듯해요. 그런 게 나중에 구체화되는 거죠.”

인터뷰 말미에 ‘셰프의 조건’에 대해 물었다. “기존에 있는 것에서 조금씩 변형하는 게 요리에요. 그러므로 기본기가 완벽하지 않으면 흐트러지게 되죠. 그리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인성이에요. 요리는 단순하고 지루한 노동이라 그걸 인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작고 소박한 하지만 단단한 매장 분위기와 닮은 싱글 셰프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진 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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