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디테일을 살려내는 표정과 목소리 연기로 시청자를 윤희재 캐릭터에 흠뻑 빠져들게 하고 있다. 가히 ‘주테일’의 탄생이다.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치명적 매력의 엘리트 변호사 윤희재 역을 맡았다. 아버지는 대법관, 형은 판사인 법조 패밀리의 일원이다.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는 국내 최고의 대형로펌 송&김의 에이스 변호사로 승승장구한다. 우아하고 고급진 상류층 삶을 영위하며 그늘도, 패배도 맛본 적 없던 그가 하이에나 같은 여자를 만나며 일생일대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검정고시 출신의 무근본에 조폭과 깡패들의 변호를 도맡아온 전투력 만렙 생계형 변호사 정금자(김혜수)와 엮이면서부터다.

동문 출신 김희선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자신에게 접근, 연인관계가 된 이후 정보를 빼내 재판에서 승리한 정금자는 갈아마셔도 분이 풀리지 않는 대상이었다. 다시는 볼 일 없었던 정금자와 사사건건 엮이더니만 급기야 송&김의 파트너 변호사로 스카우트돼 협업까지 하게 되는 처지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둘은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벌이는가 하면 상대를 조롱하고 뒤통수를 쳐가며 티격태격한다. 그런 심리의 기저에는 역설적이게도 호기심과 미련, 애정이 도도히 흐르고 있어서였다. 취향이 완벽하게 맞아 김희선과 사귀었다면 아이러니하게 정금자로 만났을 땐 '소주vs와인'으로 사뭇 다름에도 끌린다는 점이다.

지난 7~8회에서 윤희재는 정금자와 처음으로 협업하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의뢰인은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풀려났고, 두 사람의 합동 코칭으로 기업 이미지를 쇄신, 상장까지 성공시켰다. 만났다 하면 으르렁대기만 하던 윤희재와 정금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힘을 합친 결과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짜릿함을 선사했다.

주지훈은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상황에도 김혜수를 향한 마음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 변화로 그려냈다. 상사처럼 명령하는 정금자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믿는다는 말에 아이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이에 윤희재는 D&T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에 정금자에게 찾아가 함께 일했던 방식이 부끄러웠다며 도발해보기도 하지만 자신과 일하는 것이 좋았다는 금자의 한마디에 무장해제 당하는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과거 정금자가 비서를 통해 자신의 취향 및 사생활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버럭 했다가 술에 취한 채 “보고 싶어서 왔다. 배알도 없이 윤희재가 정금자 보고 싶어서”라고 속마음을 고백하며 분위기를 단숨에 멜로모드로 전환했다.

특히 정금자가 자신을 혹독하게 폭행하곤 했던 아버지와 재회하고 처음으로 두려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딱 거기에서 당신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품위 유지하면서 살아” “다시 시작할 일 없어”라며 선을 그은 정금자의 조언 및 돌직구에도 덤덤하게 자신을 이용하라며 순정남 면모를 가동했다.

법정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수사물, 성인 멜로를 정신없이 오가는 ‘하이에나’에서 주지훈이 캐릭터 착붙연기, 완급조절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동안 사극부터 현대물,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섭렵하며 내공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희로애락의 다채로운 감정을 모든 얼굴근육을 활용한 표정연기로 빚어내는가 하면 들숨과 날숨 등 호흡마저 이용한 대사처리로 사실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상대역 김혜수의 가볍고도 무거운 관록의 연기와 팽팽한 핑퐁게임을 벌여 재미와 순도를 배가한다.

송&김의 에이스 윤희재와 접속한 주지훈이 어느새 봄날 안방극장 부동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사진= SBS '하이에나'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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