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차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뮤지컬 배우에 이어 영화배우로 우뚝 섰다.

지난 18일 개봉한 '마차타고 고래고래'(감독 안재석)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돼 '1번 국도'라는 밴드를 재결성한 뒤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내용이다. 뮤지컬과 영화 동시 제작으로 화제가 된 작품으로, 뮤지컬 '고래고래'의 공연에 이어 뒤늦게 영화 버전이 개봉하게 됐다.

영화에서 김신의는 '1번 국도' 기타리스트이자 사랑의 상처로 실어증에 걸린 영민을 연기했다. 더불어 음악감독 역할까지 맡았다.

 

 

"처음엔 음악감독만 제의받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몽니 콘서트를 와서 보시더니 완전 감동을 받은 거다. '저 친구가 해야겠다' 싶으셨다더라. 그래서 내가 영민 역에 투입됐다. 원래 어릴 때 꿈이 영화배우였다. 내심 고마웠다.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굉장히 꿈만 같았다. 다행히 음악도 잘 만들었고. 연기도 잘했다. 내 연기를 자평하자면 80점 정도?(웃음)"

김신의가 연기한 캐릭터 영민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아픔에 실어증을 앓게 되는 인물이다. 김신의는 영민이 연기하기에 쉬운 역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영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몽니 노래 중에 '소나기'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 가사가 실화다. 어렸을 때 사랑하던 사람을 병으로 떠나보냈었다. 살면서 가장 많이 울어본 게 그때다. 미친 듯이 울었다. 그런 감정이면 영민이 말을 할 이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말을 하고 노래를 하고 행복했는데 그 대상이 사라진 거니까. 친구들과 있을 때는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는 큰 상처를 계속 지닌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밴드의 성공 이후 그는 뮤지컬 '머더 발라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고래고래'에 출연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번엔 스크린 진출까지 이뤄냈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만큼 소감이 남달랐을 터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정말 잘했다'며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일단 극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는 게 굉장히 감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뮤지컬을 하다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자기 모습을 처음 보면 되게 어색하다고 하던데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몽니 멤버들도 연기를 의외로 잘한다고 하더라. 격려를 많이 해 줬다."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여정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막연한 꿈을 위해 무모한 도전에 뛰어드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김신의의 삶과 닮아 있었다.

"음악은 20대 중후반에 시작했다. 늦은 편이었다. 대학생 때 '나는 뭘 해야 하지? 그냥 자격증 딸까? 공무원을 할까? 회사에 들어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내가 뭘 할때 가장 즐거웠었는지를 생각해보니 기타 치고 노래하던 게 떠오르더라. 고민하다가 학교를 자퇴했다. 몽니 공연을 처음 시작했을 때 관객이 세 명이었는데 그 중에 두 명은 아는 사람이었다. 클럽에서 노래하면서 언젠가는 큰 무대에 설 거다, 언젠가는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거다, 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지나고 보니 그것도 정말 순간이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마차타고 고래고래'의 촬영은 버스킹 그 자체였다. 김신의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 자연 풍경에 영감을 받으며 노래를 많이 불렀다며 에피소드를 풀었다.

 

 

"돈 주고 여행하라 해도 그렇게 못 할 거다. 두 달 동안 꿈속에서 여행하는 것 같았다. 또 우리가 술을 좋아한다. 술 마시다가 내가 어쿠스틱 기타 치면서 노래하면 주위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뭐 부르냐고 묻곤 했다. 한 번은 목포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다가 필을 받아서 열창을 했다. 몽니의 '그대와 함께'를 불렀는데 학생들이 와서 지금 부르는 노래가 뭐냐고 묻더라. 그래서 몽니 노래라고 알려줬다.(웃음) 한참 있으니까 내가 몽니 멤버인 걸 알고 다시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한편 김신의는 극 중 배우 박효주와 은근한 로맨스 기류를 형성하기도 했다. 박효주는 극중에서 까칠한 PD 혜경으로 등장한다. 혜경은 처음엔 1번국도 멤버들을 탐탁지 않아 하지만 점점 그들의 진심에 동화해 마음을 연다. 김신의는 박효주와 함께 연기하는 게 설렜다며 웃음을 지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의 감정을 느꼈다. 효주는 고마운 배우다. 효주나 한선이는 배우를 계속 해 왔으니 자기 연기에 확신이 있는데 나는 확신이 없었다. 감독님이 '오케이'를 외쳐도 내가 잘해서 그런 건지 '김신의는 이 정도면 됐어, 더는 못 할 거야'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더라. 중간에 내가 쓰러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효주가 와서 너무 감동이었다고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 그다음부터는 확신을 갖고 연기했다."

 

 

특히 마지막 엔딩신에서 두 사람은 썸을 타는 듯한 간질간질한 장면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신의는 "그 장면은 짧았지만 손을 잡고 멀리 걸었다. 그 시간에 되게 설렜다. 효주는 굉장히 아름다운 배우다"고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실제 그의 아내는 그의 로맨스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그는 아내는 자신의 연기에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와이프가 영화를 보더니 카톡을 딱 하나 보냈다. '이제 영화배우네. 잘했어' 그게 다였다. 사실 내가 '머더 발라드' 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키스신이었다. 야한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연기에 불과하니까. 그만큼 제가 잘한다. 항상 멋있는 남편이 되려고 노력한다. 똥배 나온 남편이 아니라 항상 설레게 하는 남자친구처럼 하려고 한다."

 

사진 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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