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꼽는다면 단연 마무리 부족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는 늘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땅을 쳤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정력 부족만 없었다면 한국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이 조금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7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다르다. U-20 대표팀은 두려움 없이 '신나는 축구'로 세계 축구와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다. 결정력 부족도 없다. 선진축구 수준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잉글랜드와 2017 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미 기니에 이어 강적 아르헨티나까지 연파하면서 손쉽게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상황이라 부담은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쉽게 토너먼트를 치르려면 조 2위보다 1위로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조 1위로 진출할 경우 C조와 D조, E조 3위 팀 가운데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하는 팀과 8강 진출을 놓고 맞붙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1승 1무이기 때문에 2연승을 달린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A조 1, 2차전을 치른 선수 말고도 기분좋은 대형사고를 칠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다"며 로테이션을 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1, 2차전을 거침없이 뛴 이승우와 백승호(이상 FC 바르셀로나) 등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경고 1장을 갖고 있어 추가로 받을 경우 16강전에 나설 수 없는 조영욱(고려대) 등도 선발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전이 빠지면서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은 역시 현재 U-20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는 효율적인 축구 때문이다.

한국은 기니와 경기에서 단 7개의 슛으로 3골을 만들어냈다. 기니는 무려 19개의 슛을 때리고도 단 1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한국이 12개나 슛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3골차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슛은 크게 적었지만 유효슛에서는 4-3으로 조금 앞섰다. 4개의 유효슛으로 3골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만큼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슛 숫자에서 7-19로 크게 뒤졌고 유효슛 역시 4-8로 절반에 불과했지만 골 결정력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단 4개의 유효슛으로 2골을 만들었고 아르헨티나는 8개의 유효슛으로 1골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또 한국의 슛은 언제나 영양만점이었다. 골문을 외면하는 슛이 없었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나온 골문을 외면한 슛은 단 3개에 그쳤다. 효율성에 있어서는 100점 만점이었다.

이는 출전했던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격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신태용 감독의 경기 운영방침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3골을 퍼붓는 공격축구로 8강까지 진출했다. 비록 온두라스의 밀집 수비에 막혀 메달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신태용 감독의 공격 축구는 이전부터 있었다.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한국 축구의 오랜 고질병을 찾아볼 수 없는 U-20 대표팀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의 큰 재미이자 수확일 것 같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