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티드 버드'는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작가 저지 코진스키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차 대전 시기, 전쟁을 피해 잠시 부모님과 떨어졌던 소년이 이곳저곳 떠돌며 다양한 어른을 만나고 산전수전 겪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흑백의 이미지와 많지 않은 대사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소년이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가감없이 보여주는 혐오스러운 장면은 세계와 인생의 어두운 부분들을 응축해 담아낸듯한 강렬함을 전한다.

# 1PCIK : 압도적인 흑백 영상미

'페인티드 버드'는 흑백의 이미지로도 아름답고 잔인하게,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츨라프 마르호울 감독은 “시네마스코프는 감정을 풍부하게 담는 포맷이다. 이토록 정확하고 강력하게 아름다움과 잔혹함을 모두 담아내는 포맷은 없다. 또한 컬러로는 이미지의 진실성과 절박함을 담아내기 힘들다”고 밝힌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현실의 컬러풀한 이미지와 다른 흑백의 낯섦으로 잔인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인물이나 상황에 과몰입하게 하기보다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함으로써 인간의 선악, 그 찰나의 경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더불어 소년의 여정을 따라 광활한 대자연을 압도적인 영상미로 보여준다. 그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지며 그 모든 탐욕과 증오를 초라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 2PICK : 페인트로 얼룩진 소년, 살아남는 법을 배우다

소년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동물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결국 붙잡히고 소년은 폭행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불에 타 비명을 지르는 동물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그만큼 순수했던 소년이다. 

페인트로 얼룩진 새는 무리에게 배척당하고 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페인트를 묻히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러자 악귀로 몰리며 폭행당하고, 변태성욕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 군인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제 생명에 대한 연민은 사라졌고, 고통을 피하고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소년에게 묻은 페인트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소년을 변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 3PICK :  슬프지만 계속돼야 하는 이야기

원작 소설처럼 영화도 어느 한 지역을 특정해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역시도 존재하지 않는 언어다. 2차대전 후 동유럽 어느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것만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나치와 홀로코스트, 전쟁의 비극과 잔혹한 인간의 모습을 익숙하지만 새롭게 전하며 재차 각인시킨다.

더욱이 의지할 어른이 없는 소년의 비극적인 여정은 어른의 세계에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어른들의 탐욕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한, 전쟁의 위협은 늘 한켠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은 잔인한 어른이 되고,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영화는 끝없이 반복돼왔던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에서 재차 담아낸다. 비록 그 이야기가 새로운 주제의식을 전하지 않더라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돼야 할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대사가 적고 극적인 부분도 많지 않다.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장면도 그대로 담아냈다.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는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진실되게 느껴질 수도, 그저 지루하게 반복하는 이야기로도 보일 수 있다. 러닝타임 2시간49분, 청소년 관람불가, 3월26일 개봉.

사진=영화 '페인티드 버드'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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