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감성 노트 '어쩌다 혼자'의 저자 레인보우가 말한다. 처음부터 싱글이 되길 계획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솔로 생활에 만족을 느끼고, 나만의 시간에 열중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싱글 라이프가 트렌드로 부상한 이유 아닐까. 외국계 기관에서 15년 차 근무, 영화와 음악 그리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그럭저럭 싱글 라이프가 문득 궁금해졌다. 낭만과 걱정이 교차하는 싱글 작가의 나홀로 키워드 일곱 가지를 전해 들었다.

 

1. 외국어

혼자 재미로 취미처럼 접하면서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성우가 더빙한 영화를 많이 봤다. 이후 원어 작품도 보고, 주로 미국 흑백 영화를 자주 봤다. 자막 영화가 나올 때는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하고 배우들 대사를 들으면서 봤다. 그러다 학교 다닐 때 샹송을 접했고, 어떤 가사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프랑스어와 친해졌다. 전공은 프랑스어였고, 많이 친해진 덕에 통역 일을 했었다. 일어 역시 제이팝을 통해 접했다. 4개 국어를 한다고는 하지만 통역까지 한 불어나 영어에 비해 일본어는 순수한 취미였다고 말하고 싶다.

2. 여행

예전에는 여행을 단체나 가족 단위로 많이 갔다면 지금은 워낙 1인 가구 시대이다 보니 '나 홀로 여행'이 성행하는 듯하다. 나 역시도 출장이나 교육을 비롯해 혼자 여행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나는 여행이라는 게 다시 일상으로 잘 회귀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더라도 마지막에 돌아와야 여행인 거지, 안 그러면 방랑이 되지 않나. 다시 내 자리를 찾아오면서 내 일상이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를 깨닫는 거다. 일드 '심야식당'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유랑하고, 헤매고, 돌아오는 거야. 이게 바로 여행의 완벽한 정의가 아닌가. 책에서도 여행을 일상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했는데, 여행은 결국 내가 더 잘 살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3. 음악

일본에 '넌 너인거야'라는 노래가 있다. 넌 너다. 다른 사람들의 희망대로 살지 말고 너대로 살아라! 맞는 말이다. 옷을 입어도 내게 맞는 가장 편안한 옷을 입어야 하는 거고, 내가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의든 타의든 사회 통념을 따라 살 것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사회의 시선을 견디다 못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내 생각대로 살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떠밀리듯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이 있다면 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지 못한 편이지만, 어쨌거나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4. 관찰

늘 해왔다. 쓰는 것과 그리는 것.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명언 중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날마다 기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항상 같은 길만 걸어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날 길에 벚꽃이 막 피어있더라. 생경했다. 매일이 똑같은 삶이고 다 거기서 거기라고들 하지만 사실 똑같은 날은 하나도 없다. 일상을 바라볼 때 시선을 바꾼다든지 관찰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진다. 

5. 고독

책 속에 '진료 대기실'이라는 장이 있다. 싱글들에게 늘 뒤따르는 걱정과 고독에 대한 글이다. 누구는 퇴근하고 불이 꺼져있는 집안에 들어가면 그 고독함이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잠자리에 들 때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갑자기 불안해질 때가 종종 있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생각이 몰려오는 거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분명히 미래라는 건 존재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미래가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이다. 나도 뭐 그런 불안함에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다.

6. 엄마

엄마와 사이가 좋다. 친구처럼, 멘토처럼 여기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어쨌든 우리의 전 세대에 결혼하신 분이니까 당연히 자식이 장성을 했으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다. 그래야만 본인이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그래도 항상 내 선택을 믿어주셨다. 전공이나 직장은 물론, 생활방식에 있어서도 엄마가 믿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럽다. 엄마의 생각이나 생활은 어떨까 상상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 당장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엄마는 항상 그곳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분이기 때문에. 하지만 엄마는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게 당연시될 존재가 아니라 감사해야 할, 정말 기적 같은 존재다.

 

7. 작가

사실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른 적은 없다. 하지만 항상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하고, 기본에 충실한 내용을 적고 싶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꾸준히 스타일대로 쓰고 싶다. 지휘자 카라얀은 항상 악보에 충실한 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림 같은 경우에도 전문 일러스트들이 워낙 많은 사회 속에서 나는 비전공자의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는 "그림은 눈을 위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서 그리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나도 의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인 만큼,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나 자신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또 해보고 싶다.

 

 

사진 이진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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