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길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세레니티’는 현실의 존재,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전의 묘미까지 안긴다.

‘세레니티’는 예고편과 스틸만 보면 스릴러나 격정적인 로맨스 영화로 비춰진다. 하지만 결말에 다다를수록 관객들이 예상한 것들을 하나둘 깨부순다. 스티브 나이트 감독의 시나리오가 이러한 반전에 한몫을 했다. 그는 톰 하디 주연의 ‘로크’로 차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을 다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세레니티’도 색다른 이야기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뒤 아내가 자신을 떠나고 플리머스 섬에서 혼자 보트를 몰며 참치 대어를 낚으려고 하는 꿈을 가진 베이커 딜(매튜 맥커너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에게 갑자기 전 아내 캐런(앤 해서웨이)이 찾아와 현재 남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영화가 긴박하게 흘러간다. 그 중심에는 아들 패트릭(라파엘 사이그)이 있었다. 베이커 딜과 패트릭은 서로 만나지 않지만 감정을 공유하며 이야기의 반전을 이끌어낸다.

관객들은 캐런이 등장한 이후부터 혼란스러울 것이다. 평범한 스릴러나 격정 로맨스, 드라마로 보였던 이 영화가 미스터리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영화 곳곳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담겨있어 보는 이들이 이를 다 연결짓느라 머리를 아프게 한다. ‘세레니티’는 제목(평온함)과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건 배우들이다. 오스카 수상자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는 극의 긴장감을 무한대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다이안 레인, 제이슨 클락, 디몬 하운수, 제레미 스트롱이 매튜와 앤의 뒤를 든든히 받쳐준다. 다만 다이안 레인이 맡은 콘스탄스 캐릭터가 극 중반부를 지나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초반부에 중요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레니티’는 배우들의 열연 속에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녀의 치정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과 현실을 말한다. 베이커 딜이 잡으려고 하는 대형 참치 저스티스(정의)는, 정의롭고 싶은 베이커 딜의 바람이기도 하다.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플리머스 섬에서 룰을 어기고 변화를 꾀하려는 인물은 베이커 딜뿐이다. 영화가 현실에 잠식된 관객들에게 변화된 인생을 꿈꾸길 강요하는 듯 하다.

메시지는 결말에 다다를수록 강력해진다. 베이커 딜과 캐런, 그리고 아들 패트릭의 비밀이 공개되면서 초반부터 의문스러웠던 부분이 하나씩 풀린다. 또한 그들이 바라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캐릭터들이 하나씩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욕심으로 치부되지 않고 꿈으로 보이는 것도 시나리오의 완급조절 덕분이다. ‘세레니티’는 배우들의 열연, 반전 요소, 묵직한 메시지가 더해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러닝타임 1시간 46분, 15세 관람가, 3월 26일 개봉.

사진=‘세레니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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