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6년째 미궁에 빠져있는 부산 '배산 여대생 피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지난 2001년 2월 4일 부산 연산동 배산 중턱 등산로 인근 수풀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등산객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여성은 왜소한 체구에 잠옷 차림이었다. 겨울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잠옷과 어울리지 않는 구두를 신은 채 쓰러져 있었다. 신원 확인 결과 이 여성은 인근 주택가에 살고 있던 고(故) 김선희 씨(당시 22세)였다. 배산은 그녀의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낮은 산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는 “나갈 때 본 시간 기준으로 보름을 봤는데 그 시간대에 등산객이 많다. 미치지 않고서야 거기서 새벽에 칼을 들 놈이 있겠나. 거기서 소리만 치면 사람들이 우르르 쳐다 볼텐데”라며 범행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때문에 당시 경찰은 김선희 씨의 자살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전문가는 “주저흔이 전혀 없다. 또 자살이라면 경부를 형성한 다음에 치명상이 와야 한다. 그러면 대개 치명상 내에 칼이 꽂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 활동력이 뛰어났던 부분이 피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아마도 복부 자창이 먼저 이후 경부 자창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즉사는 아니었고, 조금 살아있었을 시간이 몇분이라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미 치명상을 입어 저항을 할 수 없는 여성에게 확인의 의미로 자창을 낸 것으로 보인다. 아주 큰 원한을 가지지 않으면 이정도로 깊게 찌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범인은 목뼈에 칼이 닿을 때 까지 깊게 찔렀다”라고 말했다.

이날 고 김선희씨의 언니는 "누구한테 나쁜 소리도 안 하고 그런 애인데 원한 가질 그런 일도 없다. 그 남자친구가 저희는 지금 많이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고 김선희씨와 전 남자친구가 해돋이 여행을 다녀온 후 다툰 일을 언급하며 "그날도 저랑 통화를 했다. 근데 그때 싸웠는지 무슨 일이 있어가지고 자기가 먼저 왔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남자친구랑 안 만나고 그냥 그렇게 헤어진 걸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김선희 씨 어머니 역시 "선희가 헤어지려고 했다. 겪어보니 안 좋아가지고. 저 사람은 안 되겠나 싶어가지고 헤어지려고 그랬다. 그러니 총각은 안 헤어지려고 하고 우리 선희는 헤어지려고 하고 그래서 많이 다퉜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를 비롯해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확인돼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아침 등산로에서 목격자가 전혀 없었던 점은 전형적인 건장한 남성 용의자가 아닐 수 있다는 범죄전문가의 분석, 당일 고 김씨와 함께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남동생의 최면 시도 결과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던 점, 살해 당시 자상의 위치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를 종합했을 때 여성 용의자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전문가에 따르면 살인범의 신장은 평지에선 153cm~159cm, 경사면을 고려했을 경우 150cm 초반에서 160cm 중반으로 키가 작은 남성이거나 여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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