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는 역시다. 7년만에 서울로 돌아온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품 공연을 선보였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연이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은 약속을 지켰다. 2월 부산공연을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명성에 걸맞는 무대, 넘버, 스토리와 연기까지 부족함없는 공연으로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사이공'과 함께 흔히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2020년 '오페라의 유령' 역시도 늘 그렇듯 유령이 느낄 고독과 아픔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기쁨과 슬픔, 양극단을 모두 보여주며 끝내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뮤지컬계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명곡들로 가득 채워진 넘버는 샹들리에가 올라가는 순간부터 짜릿한 전율을 안겨준다. 'The Phantom of the Opera' 'Think of me' 'The Point of no return' 등 공연내 이어지는 넘버들은 한치의 소홀함도 없다.

유령 조나단 록스머스의 거칠고도 애절한 보이스와 크리스틴 클레어 라이언의 아름다운 목소리, 라울 맷 레이시의 섬세하고 달콤한 보컬은 명작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여기에 칼롯타(베벌리 차이앗)를 비롯한 조연들의 개성만점 스타일까지 누구하나 도드라지거나 모자람 없이 밸런스를 유지한다.

서사에 맞춰 변화하는 무대 구성도 인상적이다. 기존과 달리 더 가볍게 제작했다는 거대한 샹들리에는 상승과 하강시 속도감이 높아져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극중 배경인 오페라하우스 무대와 유령의 지하 미궁 등 익히 알고있는 공간들도 극의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미장센, 놀라운 특수효과는 매 순간 감탄을 유발한다.  

극중 배경인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보다보면 어느 새 관객은 19세기 파리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뮤지컬을 보러왔지만 어느 새 오페라를 보고 있다. 그러다 유령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면 또 다시 뮤지컬의 세계로 초대된다. 오페라와 뮤지컬, 현실과 무대를 넘나들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체험의 순간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은 가히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명작은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볼때마다 새롭고, 봐도 봐도 재밌다. '오페라의 유령' 은 가스통 르루의 1911년 원작소설부터 1986년 뮤지컬 초연, 2004년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까지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럼에도 2020년 '오페라의 유령'은 배우들의 매력과 화려한 세트 구성, 익숙하기에 더욱 소름돋는 서사와 넘버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다만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보기 어렵다는 것이 흠 아닌 흠이다. 공연은 오는 6월 27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진행된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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