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정답도 없고 답이 나올 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n번째 이별중’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한 남녀의 상황을 통해 사랑이라는 건 본능과 감정으로 탄생한다는 걸 말해준다.

‘n번째 이별중’을 연출한 앤드류 볼러 감독은 자신의 2011년 단편영화 ‘타임 프릭’을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타임 프릭’이 30대의 이야기였다면 ‘n번째 이별중’은 연령대를 낮춰 1020세대 주인공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했다. 영화는 물리학 천재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이 여자친구 데비(소피 터너)가 헤어지자고 하자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해 판타지 로맨스의 느낌을 주지만, 깊이 들어가면 현실 로맨스 장르의 분위기를 뿜어낸다. 스틸먼은 데비와 싸우거나, 데비가 자신에게 실망했던 순간들을 찾아가 상황을 바꿔놓는다. 이런 소재의 영화들은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어바웃 타임’은 옷장 속에 들어가서 눈을 감으면 어떤 시간대로 돌아가는 영화였다. 다만 ‘n번째 이별중’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차이이자 매력이다.

아무리 물리학 천재라고 해도 혼자 타임머신 기계와 앱을 만든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과학적인 설명도 부족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런 것들이 부차적인 거라고 생각하면 영화를 청춘 로맨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다. 영화는 거창하게 큰 사건들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커플들이 흔히 겪는 작은 다툼들을 일련의 사건으로 연결시켜 공감하게 만든다.

‘n번째 이별중’의 재미는 배우들의 케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할리우드 아역배우 출신이자 할리우드 미래를 이끌어갈 에이사 버터필드,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출연하고 팝스타 조 조나스의 아내인 소피 터너가 커플로 등장해 달달함을 폭발한다. 여기에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의 첫 장편연출작 ‘북스마트’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했던 스카일러 거손도가 친구 에반 역을 맡아 재미의 빈틈을 메워준다.

완벽한 사랑을 원하는 스틸먼, 자유분방한 데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다. 모든 커플이 서로 닮을 수 없듯 이 커플도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게 이별 사유가 되나’라는 사건들을 내놓으면서도, 불만이 쌓이고 쌓여 데비가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하게 한다.

“핸드폰 그만 만져” “시간 약속 왜 안 지켜” 등 일상 속 사소한 다툼들은 이런 경험이 있는 관객들이 영화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한다. 큰 자극없이도 1020 청춘의 사랑이야기를 전한다는 게 ‘n번째 이별중’의 장점이 될 것이다. 따듯한 봄날에 연애세포를 꿈틀대게 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러닝타임 1시간 44분, 12세 관람가, 4월 1일 개봉.

사진=‘n번째 이별중’ 스틸컷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