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보다 유독 어렵고 껄끄러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부자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더욱 찡하고 먹먹한 여운을 남겨준다.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은 부자간의 사랑과 가족애를 통한 행복을 투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전한다. 그리고 조금은 밋밋할 수 있는 스토리의 아쉬움은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메꾸며 영화보는 즐거움을 채운다.

영화는 오래전 첫째 아들 마이클의 실종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낸 아버지 앨런(빌 나이)과 둘째 아들 피터(샘 라일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마이클일지도 모르는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함께 안치소로 향한다. 이후 피터의 가족과 앨런이 함께 지내게 되면서 이들은 재차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크게 극적인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부자가 주고받는 티격태격하는 대화, 주변 인물들과 얽히는 소소한 에피소드는 가족애라는 공감요소를 담은 독특한 코미디를 선보이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감독의 예술적 감각도 돋보인다. 첫 장편작을 연출한 칼 헌터 감독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음악 밴드 멤버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감독 스스로도 유럽영화와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영화는 톡톡 튀는 색감의 이미지와 조명을 활용한 미장센 등 마치 비디오아트와 연극이 결합된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또한 멜랑콜리하고 감성적인 음악은 스토리, 영상미와 어우러지며 영화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빌 나이의 노련미 넘치는 아버지 연기도 영화의 코믹함과 감동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는 첫째 아들을 잃은 슬픔, 엄마 없이 아들을 키운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겉으로는 고집불통 철없는 아버지지만, 남들과 다름없이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희망하고 있음을 절제된 표정과 눈빛으로 말해준다.

특히 아들 피터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피터는 늘 자신이 사라진 형의 모조품, 대체자로 여겨져 온 것에 대한 서운함을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도 음악도 짝퉁만 사다줬다고 나무라는 아들에게 아버지 앨런은 “모든 짝퉁도 좋아했다”고 말한다.

또한 스크래블 낱말게임을 할 때면 누구보다 어렵고 희귀한 단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간단하고 꼭 필요한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우리 주위의 많은 아버지와 아들을 떠올리게 하며 괜스레 먹먹함을 안겨준다.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은 부자간의 사랑, 가족애, 행복이라는 보편적이고도 가치있는 주제를 내세운다. 여기에 감독의 개성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연출, 빌 나이를 비롯한 배우들의 개성넘치는 캐릭터 역시 영화의 독특한 톤을 구성하는데 제 역할을 해낸다. 다만 후반부 이야기가 다소 성급하게 마무리된다는 점은 매력있는 영화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1시간31분, 12세 관람가, 4월2일 개봉.

사진=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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