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가 ‘품위있는 그녀’ ‘SKY캐슬’로 이어지는 JTBC 금토드라마의 흥행 계보를 써내려갈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극본 주현/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제작 JTBC스튜디오)가 단 2회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기준)의 고지를 넘어섰다.

첫방송 시청률 6.3%와 비교했을 때는 4%p 상승한 수치다. 2%대로 시작해 최고시청률 12.1%로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 첫 방송 1.7%에서 최종회 23.8%를 기록하며 종편 드라마 새 역사를 써내려 간 ‘SKY캐슬’과 유사한 행보다.

전작인 ‘이태원 클라쓰’가 박서준-김다미 등 트렌디하고 젊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흥행이 예고 됐으나, 10%를 넘기까지 5회가 걸린것만 봐도 ‘부부의 세계’ 시청률 상승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체감할 수 있다.

‘부부의 세계’는 첫 방송전부터 4년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김희애, 그리고 ‘미스티’ 모완일 감독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동시간대에 MBC ‘나 혼자 산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각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이 포진하고 있어 ‘혈투’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단 1회만에 뒤집고 종편은 물론 지상파-케이블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시청률을 연 키는 파격적인 전개와 숨막히는 연출이다. ‘부부의 세계’는 이태오(박해준)의 불륜녀를 추적하는 서사를 끌어가는 대신, 여다경(한소희)의 정체를 단번에 드러냈다. 2회에서는 여다경과 지선우(김희애)가 직접적으로 대면하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16부작 드라마를 끌고가기 위해 1~2회에 복선을, 6회까지 청불, 이른바 ‘19금’ 편성을 선택하며 타깃 시청자가 한정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런 기우도 완벽하게 씻어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보다는 날 것 그대로 부부의 세계를 내밀하게 보여주는데 무게를 뒀다.

빠른 전개로 급진적이라고 비쳐질 수도 있지만, 인물 감정의 변화도 점진적이다. 지선우의 의심이 체리향 립밤,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 됐듯 모든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BBC 원작 ‘닥터 포스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국내 정서에 맞춘 로컬 라이징도 성공적이다. 오히려 ‘부부의 세계’ 방송에 원작에 대한 관심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부부의 세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김희애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세계가 붕괴되며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지선우의 감정을 유려한 완급조절로 그려냈다. 박해준 역시 자상한 남편 이면에 완벽한 아내에 대한 자격지심, 그리고 성공에 목마른 이태오의 ‘반전’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역동적인 사건보다 대사나 연출의 힘에 기대고 있는 ‘부부의 세계’에서 데뷔 3년차인 한소희가 대선배 김희애와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이 밖에도 부러 채덕희, 심은우 등 모든 배우들이 ‘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자신의 롤에 충실하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가 김칫국을 마시기는 이르다. 2주차 방송에 힘이 빠질 경우 1~2회에 ‘총알을 다 썼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박선영-김영민, 이경영-김선경 등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인물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탄성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릴러에 가까운 밀도를 자랑한 초반의 스토리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보자면 ‘부부의 세계’는 웰메이드로 평가받는 ‘품위있는 그녀’, ‘SKY캐슬’의 아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치정 멜로같지만 거짓으로 점철된 지선우의 세계 안에 쇼윈도 부부,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다. ‘부부의 세계’가 이런 요소를 바탕으로 보다 풍성한 내러티브를 구성,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SKY캐슬’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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