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과 자아를 두 명의 캐릭터로 표현한 영화는 수 없이 많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역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두 개의 자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그려냈다. 기존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를 의식한 듯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야기는 유사작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나긴다.    

# 1PICK : 현실과 판타지, 카오스 표현은 일품

'다니엘 이즌 리얼'은 어릴 적 총기난사 사건을 목격한 루크(마일즈 로빈스)가 트라우마로 생긴 상상의 친구 다니엘(패트릭 슈왈제네거)로 인해 일탈을 저지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인물의 트라우마와 유전적 조현병, 청년기 자아와 욕망에 대한 고민 등 정신분석학적 요소들을 고루 다룬다.

특히 두 개의 자아와 정신적 혼란을 표현한 연출은 꽤나 스타일리시하다. 아담 이집트 모티머 감독은 인간 내면에서 발생하는 상상과 환영을 이미지화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듯하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기괴하고 소름돋는 판타지적 미장센과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아트 형식 연출은 정신적 카오스를 표현한 유사 영화들 중 단연 압도적이다. 다만 이미지로 긴장감을 만들려다보니 조금은 과하고 난잡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 2PICK : 마일즈 로빈스 X 패트릭 슈왈제네거, 명배우 2세다운 폭풍연기

트라우마를 겪고 혼란속에 놓인 루크 역은 마일즈 로빈스가 맡았다. 감독  "'야곱의 사다리'라는 팀 로빈스 주연의 심리스릴러 영화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스타 팀 로빈스의 아들 마일즈 로빈스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감독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마일즈 로빈스는 혼돈속에서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루크와 미친듯 욕망을 폭발시키는 다니엘, 두 개의 상반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타고난 연기 유전자를 뽐냈다.

루크의 일탈을 부추기고 그의 자리를 뺏으려는 다니엘 역은 패트릭 슈왈제네거가 맡았다.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 못지 않은 강렬함을 분출한다. 차분함과 카리스마를 넘나들며 욕망으로 가득찬 캐릭터를 표현, 관객을 끌어들인다.

# 3PICK : 지우지 못한 '파이트 클럽'의 그림자

정신분열과 두 개의 자아를 표현한 영화는 무수히 많다. 영화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마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 일 것이다. '다니엘 이즌 리얼'은 총기난사 등 사회문제, 스타일리시한 연출 등으로 기존 유사영화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부분적으로 성공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파이트 클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 유사영화를 보지 않고 '다니엘 이즌 리얼'을 먼저 봤다면 끝까지 영화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본 것, 그것도 명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결국 할리우드 2세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사회적 문제와의 접목 등 뛰어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명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새삼, 한 편의 잘 만든 영화가 후발주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느끼게 한다. 러닝타임 1시간40분, 청소년 관람불가, 4월9일 개봉.

사진=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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