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연기지존’ 김희애가 복잡하고 내밀한 심리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는 ‘심리극 달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일 화제를 자아내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는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배신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지선우에 몸을 실어 파격 전개를 이끌었다.

지선우는 이혼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남편 회사의 회계를 맡고 있는 친구 제혁(김영민)과 만났다. 김희애는 제혁에게 묘한 위안을 얻는 선우의 모습으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제혁의 발칙한 미끼에 이미 결심했다는 듯이 하룻밤을 함께한 선우는 대담하게 행동했고, 김희애표 불꽃 연기는 치밀하게 타올랐다.

김희애는 영혼없는 눈빛, 허한 마음과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선우의 허망함을 극대화했다. 유혹의 덫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지만 캐릭터가 처한 벼랑 끝 외로움을 부각시켜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선우는 “여자라고 바람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 이제 이런 짓 그만 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제혁에게 선을 그었다. 이어 남편 태오의 티오엔터 법인자금내역, 이태오 개인계좌 현황을 요구했다.

김희애는 신뢰를 저버린 남편의 지옥행을 단순한 반전이 아닌 촘촘한 감정선으로 채우며 심리극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또 위험한 관계를 맺은 도박 같은 결정에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임을 암시해 어떠한 반격 태세를 갖출지 궁금하게 만든다.

김희애는 파격 소재와 수위를 넘는 묘사에도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현실감 넘치는 대사, 몸사리지 않는 과감한 노출 등은 지선우의 복잡한 결단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듯 사랑, 배신을 둘러싼 감정에 대해 더 깊어진 김희애의 표현력은 특히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두텁게 형성하고 있다. 아들까지 남편의 불륜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우는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것”이라며 뜨거운 복수를 다짐했다. 남편을 향한 반격의 결정타를 예고한 김희애의 살기 어린 눈빛이 치열해질 전개를 암시한다. 매주 금토 밤 10시50분 방송.

사진=JTBC '부부의 세계'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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