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악플 이슈로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 댓글 기능도 사라졌다. SNS 폐해는 현 사회에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 ‘서치 아웃’은 시의적절하게 SNS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잠재적 살인마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2013년부터 5년여간 유럽,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청소년들이 한 게임으로 인해 연쇄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명 ‘흰긴수염고래’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게임은 러시아에서만 130여명의 피해자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치 아웃’은 이를 모티브로 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범죄가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여러모로 ‘서치 아웃’ 속 범죄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닮았다. SNS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캐내고, 피해자들의 심리를 장악한다. 또한 운영자를 추종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그만큼 ‘서치 아웃’은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준혁(김성철)과 성민(이시언)이 같은 고시원에 사는 한 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극단적 선택 동기도 없고 만약 타살이라고 해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준혁과 성민은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이 해커 누리(허가윤)를 만나면서 SNS에 보이지 않는 살인마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일명 ‘에레쉬키갈’이라는 SNS 유저가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올랐고 준혁과 성민, 누리는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다만 다른 범죄 스릴러 영화와는 다르게 ‘서치 아웃’은 누리의 해킹 능력, 준혁과 성민의 감에 의지한다. 취업도 못한 청춘들이 체계적으로 범죄를 파헤치지 않는 것은 사건을 따라가는 관객들에게 큰 흥미를 유발하진 못한다. 스릴러의 쫄깃한 맛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긴장감은 범인이 누구냐는 것보다 세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를 통해 유발된다. 이들의 SNS 계정에 DM을 보내는 에레쉬키갈의 글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들은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이 DM 글을 보면서 최근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준혁과 성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여자와 깊이 있는 관계가 아니지만 사건 조사를 하는 것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오로지 정의감, 경찰공무원이 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 추적에 몰입한다. 해커 누리 역시 준혁, 성민과 첫만남을 가진 이후 에레쉬키갈을 잡기 위해 집중한다. 그들이 왜 이 일에 달려드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건 아쉽다.

‘서치 아웃’의 매력은 SNS의 폐해를 거창하게 보여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전달된다는 점과, 이시언, 김성철, 허가윤이 맡은 캐릭터들이 각자 개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준혁은 평범한 고시준비생의 모습 그 자체, 성민은 주변에 있을만한 정의감 넘치고 까불대는 형, 누리는 내면의 아픔이 있지만 외강내강으로 살아가려는 청춘을 대변한다.

‘장사리’ ‘82년생 김지영’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성철, ‘아내를 죽였다’ 이후 또 한번 영화 주연을 맡은 이시언, 그리고 영화 첫 주연작을 통해 털털하고 걸크러시를 뿜어내는 매력을 발산한 허가윤의 케미도 ‘서치 아웃’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32분, 15세 관람가, 4월 15일 개봉.

사진=‘서치 아웃’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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