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배우·34)

 

 

1. 역적

'역적'의 기가 다분하다.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크질 않아서, 어릴 땐 내가 왜 이럴까 했다. 열등감도 있었고, '인간다운 취급을 받으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도 반항 아닌 반항심으로 했다. 배우가 된 건 잘한 것 같다. 그런 성향이 배우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2. 겟잇뷰티  

사실 점점 더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애정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블라인드 테스트같은 숙제가 늘 주어지고 배우 본업이 있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또 굉장히 트렌디한 프로그램인데 난 점점 나이가 드니까. 매 시즌 고민 후 시작하고, '제대로 못할 거면 내려놓자' 각오로 임하는데 제작진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연인 사이가 서로 익숙해지면 위험해지는 것처럼, 느슨해지는 걸 경계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3. 연인 윤계상 

직업이 둘다 배우여서 든든한 멘토가 돼 준다. 각자의 일을 너무나 존중하고, 모니터링을 해 준다. 배우끼리의 연애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작품도… 보지 않았을까? 안 봤으면 역적이겠지.(웃음)

 

4. 결혼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공부할 때, 일할 때. 내게도 결혼과 아이를 낳을 때가 찾아올 거고, 그 때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아직은 일을 하고 싶다. 어떤 시기,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결혼하는 것보단 내 주체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이랬는데 뭐, 모른다. 내일 또 어떻게 될지. 하하하.

 

5. 여행 

런던으로 '겟잇뷰티' 촬영을 가는데, 갔다가 좀 눌러앉을 생각이다. 여행은 나한테 선물같은 거다. 지금도 '6개월 동안 촬영하며 힘들지 않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괜찮다. 여행을 가니까!

 

 

6. 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꼬리표는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은데, 그게 좋은 것 같다. 뭔가 '해냈다', '이뤄냈다'기보다 계속해 아쉬움을 느끼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통해 더 보완하게 되는 것 같거든.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건 분명한 것 같고, 그 성장을 보는 게 기쁘다.

 

7. 사람 이하늬

배우 이하늬와 사람 이하늬. 작품을 하고 나면 사력을 다해 '사람 이하늬'에게 맞춘다. 우스운 말이지만, 6개월간 장기간 작품을 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지? 뭘 했었지?'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 어떤 때는 정말 미로에 갇힌 듯, 깊은 슬럼프를 겪었던 적이 있었다.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려 한다.

 

8. 밸런스 

2017년의 최대 화두는 영·혼·육의 밸런스다. 뮤지컬 '시카고'와 드라마를 병행했는데, 멘탈이 나가면서 몸까지 무너졌다. 10일 정도 입원하느라, 회사에선 티켓팅한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드려 설명을 드리고…. 너무 프로답지 못했다. 목관리를 목숨대하듯 하는 뮤지컬배우 분들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드는거다. 또 영혼이 망가질 때면 거죽은 멀쩡하더라도 제 자신을 보기 싫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해보니 자기 경영을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영혼과 혼은 깊게, 육체는 튼튼하게 하는 게 올해 목표다.

 

9. 모니터 

나에 대한 반응은 호평이든 혹평이든, 100% 연연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신경쓰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보단 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열정에 집중하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역적')은 팀 전체가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시청률이나 반응에 초연했다. 어떻게 퀄리티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에만 집중했다. 

 

 

10. 비터스위트 

'역적'을 하면서 가체 때문에 엉덩이 꼬리뼈까지 아팠고, '사극 다신 하나봐라. 끝나면 뒤도 안 돌아봐야지' 싶었는데 아직도 종영이 실감나지 않고 다들 무지하게 보고싶다. '겟잇뷰티'도 몇 시간 내내 서 있으면서 '이거 정말 억지로는 못 하는 일이다' 싶은데도, 에너지를 오히려 받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쓴맛과 단맛이 같이 있으면 힘들어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이하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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