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21대 국회의원 선거(4.15 총선)가 잠정투표율 66.2%를 기록하며 2000년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가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여당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었고 여당은 참패를 당했다. 이번 총선의 관전포인트였던 하이라이트를 알아본다.

사진=연합뉴스(서청원, 정동영, 박지원, 손학규)

# 올드보이 퇴장, 박수칠 때 떠났어야....

문희상(6선) 국회의장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7선) 대표와 미래통합당의 김무성(6선) 의원 등은 일찌감치 ‘올드보이’의 퇴장을 몸소 보여줬다. 하지만 다시 한번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올드보이들이 줄줄히 낙선하고 말았다.

친박계 좌장으로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은 우리공화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2번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공화당 득표율이 0.7%에 그치며 쓴 맛을 보게 됐다. 6선인 천정배(광주 서구을) 민생당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에게 패했다. ‘고졸 신화’를 이룬 양향자 후보는 4년전 천정배 후보에게 진 걸 배로 값으며 당당히 여의도로 향하게 됐다.

5선의 미래통합당 심재철 후보도 민주당 이재정 의원에게 패하고 말았다. 4선 의원인 손학규 민생당 위원장은 선대위를 이끌며 동시에 비례대표 14번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비례 모두 0석을 기록하면서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민생당 정동영(5선) 후보도 각각 전북 전주병에서 무릎을 꿇었다. 화려한 정치 경력을 자랑하며 ‘지역의 맹주’로 자리매김 해 왔지만, 결국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전남 목포에 출마한 박지원 민생당 의원(4선)은 신인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이 당선인에게 패배했다. 1992년 14대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이후 김대중 정부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정치 9단’으로 불렸다.

사진=연합뉴스(차명진, 나경원)

# 막말-이슈러들 이제 그만!

유권자들이 막말, 이슈러들에 고개를 돌렸다. 이젠 이런 방식의 정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총선 전부터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으로 이슈가 됐던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완패했다. 그는 “부선 소사 지역에서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차 후보는 앞서 지난 8일 방송된 OBS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발언해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여파가 총선 실패로 이어졌다.

오세훈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을 후보는 득표율 47.8% 얻는데 그쳐, 50.3%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에게 패했다. 오세훈 후보는 유세 기간 동안 한 남성에게 흉기 위협을 받는 등 이슈의 중심에 섰다. 고민정과 초박빙 승부를 펼쳤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는 인천 연수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후보와 막판까지 격전을 벌였지만 끝내 여의도로 돌아오지 못했다. 민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씨XX 잡 것들아”로 시작하는 30004자 분량의 시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을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김진태, 이언주)

나경원 통합당 서울 동작을 후보는 득표율 45.0% 얻는데 그쳐, 52.1%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에게 패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8일 경쟁 상대인 이수진 민주당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나 후보는 “이 후보가 본인이 법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한 것을 단순 과장으로 생각했는데 점점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으려는 모습으로 보여 이대로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관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이 후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고발 소식을 접하고 “상대 후보께서 저를 고발했다”며 “선거운동 하느라고 바쁘실텐데 고소장 준비까지 하느라고 고생이 많다. 우리 동작구민들이 진실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서 낙선한 통합당 김진태 후보도 지난 13일 시민단체가 내건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자신의 선거운동원이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관련 막말 전력이 있어 이 일로 다른 후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언주 부산 남구을 후보는 득표율 48.7% 얻는데 그쳐, 50.5%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에게 패했다. 당적을 옮기며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저격수가 된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도 지역구를 경기도 광명시에서 부산 남구 을로 옮겨 출마했으나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던 2017년 급식 노동자들을 두고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 돼야 하는 거냐” “미친X들이야”라는 발언을 하면서 이른바 막말'인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고민정, 배현진, 김은혜)

# 언론인 인기UP...정치신인·중진 고르게 활약

이번 총선에서 언론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민주당에서는 KBS 아나운서 출신이자 전 청와대 대변인인 고민정 서울 광진을 당선자가 오세훈 통합당 후보를 초접전 끝에 눌렀다. 서울시장까지 오른 오세훈이었지만 고민정이 불고 온 새로운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준호 경기 고양을 당선자도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 등을 거쳤고, 서울 중성동을의 박성준 당선자도 JTBC 아나운서를 지냈다. 통합당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인 김은혜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자와 배현진 서울 송파을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배현진 당선자는 최성재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서울 지역에서 중요했던 송파을에 깃발을 꽂게 됐다.

여당의 차기대권 후보로 점쳐지는 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 당선자와 5선에 성공한 통합당 정진석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자는 각각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4선을 달성한 민주당 노웅래 서울 마포갑 당선자도 MBC기자 출신으로 MBC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 통합당에는 부산일보 사장 출신인 안병길 부산 서동구 당선자와 YTN 보도국장을 지낸 윤두현 경북 경산 당선자, 서울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박대출 경남 진주갑 당선자 등이 있고, 민주당에는 동아일보 기자와 네이버 부사장 등을 지낸 윤영찬 경기 성남중원 당선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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