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배안에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이 살아남은 사람들 곁에 있는 듯, 세월호 6주기를 맞이한 이날에도 국민은 4월 16일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 김지영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4월 15일 개봉한 ‘유령선’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날 바다’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 다큐멘터리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50만이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년 뒤 김지영 감독은 ‘유령선’이라는 스핀오프 영화를 내놓았다. 그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특히 세월호 AIS 기록 조작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나서 김 감독의 영화 제작 확신은 더욱 커졌다.

“‘그날, 바다’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희망적이었어요. 이 정도의 증거를 제시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AIS 기록이 조작됐다는 걸 받아들이고 검찰도 수사를 할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다들 침묵했어요. 진보 언론도 조용했고요. 저희 영화가 잘못 됐다는 말까지 나왔거든요. ‘그날, 바다’가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을 했는데도 다들 조용하니 난감해졌어요.”

“2014년 세월호 AIS 기록을 보고 ‘그날, 바다’를 만들기로 했을 때는 추가적인 문제가 있는 줄 상상도 못했어요. 제주 관제 센터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스웨덴 선박 기록이 줄줄이 나오는 거예요.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16만개였죠.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죠. 깜짝 놀라기보다는 ‘이건 꿈일거야’하는 느낌이었어요. 김어준 총수한테 보여주니 이건 뉴스공장에서 밝힐 게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하잖아요.(웃음) 생각해보니 복잡할 수 있는 AIS 기록 내용들을 쉽게 설명할 길은 다큐멘터리밖에 없더라고요.”

‘그날, 바다’가 극영화 느낌이었다면 ‘유령선’은 과학 영상을 보는 듯 하다. 철저하게 세월호 AIS 기록들을 파헤친다. 관제 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에 있던 선박 1000척을 분석해 16만개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가설을 세웠다. 누가, 왜, 그렇게 한 건지 김 감독도 알고 싶어했다.

“통상적으로 배의 GPS와 오운 베슬 데이터가 관제 센터에 있을 수 없어요. 누군가 관제 센터에 집어넣지 않는 이상 말이에요. 기계적인 오류도 아니었고, 무선으로 전송될 수도 없었죠. 만약 누군가 세월호 AIS 기록을 복사해서 관제 센터에 집어넣었다면, 엄청난 일인거죠. 그런데 누가, 왜 했냐가 풀리지 않고 있어요. 저희 영화는 AIS 기록 조작이 의심되니, 그 흔적들을 파헤치고 설명해준 다음, 수사의 몫을 검찰에게 넘겨요.”

“AIS 기록들을 보니 스웨덴 선박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 100여척이 한국 해상에 있더라고요. 그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좌표를 찍어보니 중국 선전시가 나오는 거예요. 정말 이상했죠. 그 배들이 유령선이었던 거였어요.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후 이상한 것들을 엑셀로 옮기는 작업을 했는데 하나하나 셀에 채워질 때마다 놀라웠죠. 그래서 처음엔 영화 제목이 ‘메이드 인 차이나’였는데 나중에 ‘유령선’으로 바뀌게 됐어요.”

‘유령선’은 짧고 간단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날, 바다’와 비교하면 ‘유령선’의 러닝타임은 절반이다. 다만 오프닝을 비롯해 극 전체에 애니메이션 기술이 쓰였고, 이번엔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 이 모든 건 관객들이 쉽게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바다’는 두 시간 짜리였고, ‘유령선’은 48분짜리 영화예요. 나름대로 러닝타임을 계산한 거였죠. 많은 내용을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복잡한 내용을 많이 알리면 보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핵심만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로 했어요. 오프닝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넣은 것도, 극영화처럼 보이게 한 것도, 여러 이미지들을 사용한 것도 저희가 발견하고 추적한 것들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함이었어요.”

“‘그날, 바다’에서 정우성 배우가 영화 흥행에 혁혁한 공을 세우셨죠. 정말 감사해요. 이번엔 박호산 배우가 내레이션으로 미묘하게 톤 조절을 해주셨죠. 따로 디렉팅할 필요가 없었어요. 박호산 배우는 이미 ‘유령선’에 빠져들어 감정이입된 상태였어요. 목소리 톤을 높여야할 때 알아서 감정을 터뜨려주셨죠. 제가 다 시원할 정도였어요. 정말 잘하셨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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