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김지영 감독이 ‘유령선’을 만든 건 ‘그날, 바다’ 이후 관객이나 여론의 관심이 식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실히 했으며 더욱 디테일하게 세월호 AIS 기록에 접근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모든 판단은 관객의 몫.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김 감독은 이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AIS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믿어요. 그들이 발표한 내용은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거든요. AIS를 잘 모르고 장비만 만졌던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진짜 전문가를 찾아 만났어요. 그래서 ‘유령선’ 뿐만 아니라 ‘그날, 바다’를 자신감 있게 낼 수 있었죠. 전문가분들은 한목소리로 말하세요. 세월호 AIS 기록은 장비가 고장나지 않는 이상 조작된 거라고요.”

“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유족들까지 찾아가 제가 주장했던 내용을 반박했어요. 유족분들도 양쪽에서 다른 말을 하니 혼란스러우셨을 거예요. 그들과 싸우면서 이길 방법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었죠. 어떻게 보면 저보다 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더 절박한 심정일 거예요. 거짓말을 한 사람은 그 행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으니까요. 자칫하면 자신의 가족과 쌓아온 명성을 단 한순간에 잃을 수 있잖아요.”

여론은 거짓을 진실로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세월호 참사는 어떤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뒤섞여있다. ‘유령선’은 그 혼잡된 정보를 바로 잡는 구심점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결국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건 대중의 힘이예요. 저는 1000개의 선박이 1000개의 거짓말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한번 잘못된 정보를 믿기 시작하면 아무리 과학적 증거를 내밀어도 신뢰가 가지 않죠. 오히려 음모론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게 돼요. 그래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분들이 ‘그날, 바다’를 많이 보셨어요. 한 학교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로 ‘어벤져스’가 1위, ‘그날, 바다’가 2위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3만명이라는 스코어를 달성할 수 있었어요.”

“‘유령선’은 중국 선전을 취재하면서 마무리되죠. 중국은 한국사회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저희가 조심스럽게 관광 온 척 했는데, 중국 공안의 감시 능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저희가 거길 간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죠. 영화를 보시면 저희가 검찰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요. 제작진이 증거는 다 준비해놓을 테니 검찰이 수사만 시작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진보든 보수든 다 상관없이 세월호와 관련된 사람을 조사하면 좋겠네요.”

‘그날, 바다’ ‘유령선’ 두 영화 모두 세월호 유가족을 중심으로 슬픔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김 감독의 연출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수많은 이들의 위협을 받았지만 그는 세월호 참사를 끝없이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유령선’ 이후에 다음 스핀오프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쉽고 영화적 재미를 갖춘 스릴러 다큐를 내려고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업영화와 경쟁해도 될 정도로요. 이른바 팝콘각 영화?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잊혀지고 영화는 흥미를 잃어갈 거예요. ‘잊지 마세요’만 주구장창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세월호 참사가 어느새 6년 지났고 사람들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어요. 제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동원해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죠. 제 원칙 중 하나가 ‘지루하게 만들지 말자’예요. 관객분들이 다음 작품도 기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른 세월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저희 영화엔 신파가 거의 없죠. 신파적인 내용은 다른 분들도 많이 하셨으니 저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영화에 담으려 했어요. 심우성 박사님은 수면 위로 올라온 최초의 AIS 전문가였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제발 나와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이 자리를 빌려 박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관객분들도 박사님을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전문가를 만나고 이 끈을 놓지 모하는 건, 굴복하기 싫어서예요. ‘왜’라는 저의 궁극적인 목표를 잡아야하거든요. 누가 왜 조작이 의심되는 행동을 했는지 말이죠. 여기까지 올 줄 알았다면 김어준 총수가 다큐멘터리 만들자고 했을 때 오케이 했을까요? 그래도 저는 그때 오케이 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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