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배우·30)

 

 

1. 사각턱

'악녀'를 찍으며 하도 이를 악물어서 사각턱이 됐다. 그런데 임청하처럼 된 것 같아 좋다. 어릴 때부터 '동방불패'같은 홍콩영화를 보며 자라서 임청하를 너무 좋아했다. 그땐 홍콩에 가면 날아다니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을 줄 알았고.

2. 동생 채서진 

어릴 때부터 둘이 같이 있으면 동생을 천사라고 하고 날 악마라고들 했다.(웃음) 난 겉으론 세고 안으로 여리다면 동생은 딱 봐도 착하다. 동생은 가장 많이 응원해주고, 힘을 많이 돋워주는 존재다. 항상 동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고운이… 아이고, 서진이란 말이 입에 잘 안 붙는다. 서진이도 잘돼서 '서진씨 언니'라는 말을 듣고 싶다. 재능이 많은 친구니까. 함께 작업하는 건 어떠냐고? 내가 거부할 거다. 난 악마니까!

 

 

3. 날 버티게 하는 것

가족.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즉 연기가 날 버티게 한다. 다른 덴 흥미도 재능도 없는데 대본 볼 때만 피가 도는 느낌을 받는다. 살아가는 덴 성취감이 중요하지 않나.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4. 제시카 차스테인

팬으로서 너무 좋아하는 배우. '미스 슬로운'과 '헬프'… 너무 좋지 않나. 칸에서 박찬욱 감독님이 다른 심사작을 보실 때 날 불렀는데, 그때 뭘 기다리느라 못 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 제시카 차스테인이 왔었다는 거다! 눈물이 아주…. 하하하하하. 한이 맺혔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5. 칸영화제 

'박쥐' 땐 '아기'였을 때 갔던거지. 칸 방문이 너무 오래전이라, 이번에 갔는데 예전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이번 '악녀'로 갔을 땐 하나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곳저곳을 다니고, 늦게까지 테라스에 앉아있으면서 눈에 꼭꼭 담았다. 

6. 해외 러브콜?

칸영화제에서 '악녀'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악녀'만 보자는 생각이어서 앞으로 활동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세계의 액션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하나의 신을 만들기 위해 많은 영화를 참고한다고 하던데, '악녀'에서 참고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외신 취재진에게 완전 스타였다.

7. 신하균

신하균의 가장 성공한 팬은 나다! 팬이 이렇게 옆에서 연기하긴 쉽지 않잖나. 오빠는 참 어른이다. 현장에서 힘들 때마다 가서 물어보면, 경험이 많다보니 오아시스에서 물이 나오듯이 아이디어가 탁탁 떠오를 때가 있다. 배우들끼리 불편하거나 안 친하면 어색해보일 때가 있는데, 뭘 던져도 편한 사이다. 선배님이자 이런 동료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세 작품 연속 서로 죽고 죽이는 역인데 전생에 대체 무슨 사이였나 싶기도 하고.

 

 

8. 모성애

'악녀'에서 딸 은혜를 대하는 모성애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모성애에 대해 잘 몰라서 많이 놓쳤다. 두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몰입해 있다가, 촬영하다 은혜와 함께 있는데 싸한 느낌이 찾아온 거다. 엄마로서의 감정을 놓쳤구나 싶었다. 그제야 주변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아마 엄마 관객이라면 은혜 관련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하고 슬퍼하지 않을까.

9. 슬럼프 

힘겨웠던 시기? 있었겠지. 그런데 그리 크지 않았다. '모든 건 때가 있겠지' 하면서 잘 놀러다녔다. 

10. 여배우 

여성 원톱 액션물 시나리오를 내가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영화계에서 여성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이니까. 성별에 구별을 두자는 건 아니지만 좀더 여성 배우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멋진 여배우들이 정말 많지 않나.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김옥빈 인스타그램, '미스 슬로운' '박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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