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는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와 전남편 이태오(박태준), 현재의 아내 여다경(한소희)을 둘러싼 극단의 캐릭터들이 포진해 있다. 선우에겐 평화롭던 세계에 배신과 기만으로 쩍쩍 금을 내는 분노유발자들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수호천사들이 공존한다. 어디 지선우뿐이랴. 우리 역시 주변을 둘러보고 옥석을 슬기롭게 가려내야 삶이 안전하고 풍요로워진다.

 

◆ 설명숙(채국희), 등에 칼 꽂는 스타일

가정사랑병원에서 지선우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이자 소위 ‘절친’이다. 동창인 태오와의 친분이 두텁다고 하나 양다리와 등에 칼 꽂기 신공을 벌인다. 태오의 불륜을 알면서도 선우에게 철저히 감추는가 하면 태오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며 태오-다경 커플 등과 제주 동반여행까지 다녀오기까지 했다. 부원장직에서 선우를 찍어내려는 태오의 계략에 동참해 그 자리를 자신이 꿰차려 한다. 자신을 질책하는 선우 앞에서 늘 꼬리를 내린 채 변명하고 사과하지만 선우가 자신보다 지위(부원장)가 높은데다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똑 부러지는 선우가 신뢰하기 힘든 명숙을 왜 옆에 둘까. 고산시 출신이 아닌 아웃사이더 선우에게 있어 사교성 좋고 정보 많은 '인싸' 명숙이 나름 유용하기 때문이다. 소소하게나마 마음 터놓고 기댈 데도 필요했을 터다. 직장이든 학교든 지역 사회든 이런 유형은 자주 발견된다. 손절 대신 관계 유지를 선택할 경우 적당한 한도 내에서만 내 정보를 나눠야 한다. “절대 나만 알고 있을게”라고 약속할지라도. 어차피 소름 돋는 속도로 동네방네 알려질 테니.

 

◆ 엄효정(김선경), 허영덩어리 갑질러

지역 유지의 자손이자 재력가 남편(이경영)을 둔 효정은 고산시 유력 여성들의 친목 모임인 ‘여우회’를 이끈다. 미인대회 출신으로 부와 명성, 화려한 생활을 추구한다.

선우가 딸의 불륜 및 임신사실을 가족 식사모임에서 공개적으로 터뜨리자 앙심을 품고 병원 홈페이지에 악플을 남긴 바 있다. ‘똥뀐 놈이 성낸다’는 속된 말처럼 자기 자식이 남의 가정을 파탄냈다면 응당 미안한 마음이 앞서야 하거늘 자신들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다는 이유로 악다구니를 쓰는, 우아함의 외피를 뒤집어쓴 허영기 많고 천박한 갑질러다. 상간녀 여다경의 엄마인데 보노라면 다경보다 더 못됐고 속물이며 비합리적이다. 그냥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 이준영(전진서), 금쪽 아닌 웬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됐고, 부모의 이혼 원인이 자기 탓이라는 자책 때문에 남몰래 병원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으며 그런 불안정성 탓에 소소한 도벽이 생겼다. 이런 드라마적 장치를 덧댔음에도 철딱서니 없고 이기적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부족해 보인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빠 대신 엄마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느라 같이 있어주는 시간이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돌봐주고 야구도 함께해준 아빠와 정서적으로 더 밀접할 수 있다. 하지만 공부만을 강요하거나 소통하기 힘든 엄마도 아닌데 아빠의 불륜과 이혼으로 인해 상처 입고 생활 면에서도 버거운 엄마를 상대로 위로는커녕 아빠와 만나려 거짓말을 하는 등 소금을 뿌려대네? 낯선 새엄마와 이복동생 앞에선 고분고분하던 애가 엄마 앞에선 ‘뚱한 표정+방문 걸어 잠그기+버럭 대들기’ 3종세트를 무시로 한다.

이성적인 선우가 감정의 폭주를 하게 되는 계기는 늘 아들 준영이 개입됐을 때다. 선우에겐 '금쪽같은 내 새끼'이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땐 해맑은 아이도, 속 깊은 아들도 아니다. 그토록 좋다는 아빠와 행복하게 살라 하고 내 인생을 설계하는 게 낫지 싶다.

 

◆ 박인규(이학주), 진상의 경계 뛰어넘은 범죄자

여성들의 적을 뛰어넘어 공공의 적 캐릭터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지내면서 바텐더를 하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여자친구 민현서(심은우)에게 수시로 데이트 폭력을 가한다. 집착과 의심, 분노의 배설이다. 현서를 도우려 폭행을 가로막는, 자신보다 한참은 연상인 선우를 향해서도 다짜고짜 반말이고 욕설이다. 그러곤 약점을 잡아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다. 대담하게도 병원으로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폭행죄로 1년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한 이후 태오와 은밀한 계약을 맺고선 선우의 일거수 일투족을 도촬한다. 심야에 집에 돌을 던져 공포심을 유발한다. 급기야 창문을 깨고 들어와 무차별 폭행까지 벌인다.

공시생 출신 인규는 단순무식하지 않고 매우 지능적이다. 분노조절 장애의 인간 말종이다. 혹여나 이런 남자친구가 있다면 하루빨리 관계정리가 필수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엮이지 말아야 한다.

사진=JTBC '부부의 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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