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포미닛의 메인보컬 허가윤은 이제 없었다. 4월 15일 개봉한 ‘서치 아웃’에서 허가윤은 당당히 주연 한자리를 차지했다. 2016년 포미닛이 해체된 후 4년 만이다. 그동안 허가윤은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연기를 하며 배우로서 성장해갔다. ‘서치 아웃’은 허가윤의 배우 인생에 날개 하나를 달아줄 작품이 될지 모른다.

‘서치 아웃’은 경찰 준비생 성민(이시언)과 취준생 준혁(김성철)이 같은 고시원에 살던 소녀의 자살 사건에 의혹을 품게 되고 흥신소 해커 누리(허가윤)와 SNS 계정을 추적하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를 전한다. SNS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n번방 사건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허가윤도 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2017년에 촬영을 했는데 이제 스크린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워요. 저는 배우로는 신인이니까 영화를 보면서 제 연기에 아쉬움이 많이 나았어요. ‘내가 저랬구나’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텐데’ 생각하면서요. 첫 영화 주연작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잠깐 등장하는 연기를 하다가 긴 호흡을 해볼 생각에 들떴어요. (이)시언 오빠, (김)성철이와 처음 본 사이도 아니어서 편안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죠.”

“SNS가 모두의 일상이 됐어요. ‘서치 아웃’ 시나리오를 보면서 SNS로 사람을 해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고 싶었죠. 또한 꿈을 좇는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도 와닿았어요. SNS가 겉으로만 보면 행복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도 있잖아요. 최근에 n번방 사건이 등장해서 놀랐어요. 영화와 비슷한 내용이니까요. 아주 똑같진 않지만 n번방 사건 말고도 ‘서치 아웃’의 SNS 범죄 같은 사례가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잖아요. 이 영화와 n번방 사건을 통해 SNS를 조심해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가윤이 연기한 누리는 걸크러시 그 자체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과 패션을 거부한 옷차림. 누리는 톡 쏘는 말로 상대를 제압한다. 한 성격하는 흥신소 형님들도 누리를 건들지 못한다. 허가윤은 그런 누리의 자신감이 자신과 닮았다고 말한다. 그가 누리라는 착붙 캐릭터를 만난 것이다.

“제가 연기한 해커 누리는 할말 다하는 멋진 여자예요. 그가 일하는 흥신소엔 무서운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누리는 그들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요. 하고 싶은 말 다하고 걸크러시를 뽐내죠. 제가 어디서 그런 역할을 해볼 수 있겠어요. 특히 누리가 컴퓨터를 잘해서 좋았어요. 제가 기계치에 컴맹이에요. 의심이 많아서 SNS도 늦게 시작했고요. 간편하게 송금해주는 어플도 사용 안해요. 왠지 큰일날까봐 불안하더라고요.(웃음)”

“누리는 외강내유 스타일이에요. 그는 힘든 과거와 우울증이 있었지만, 그걸 숨기면서 괜찮은 척 세게 나오죠. 그런 모습이 영화 후반부에 갈수록 변화를 맞이하죠. 누리를 연기하면서 요즘 1020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SNS에서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도 현실은 힘들 수 있잖아요. 누리뿐만 아니라 성민(이시언), 준혁(김성철) 캐릭터 모두 취준생이에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는 이시언, 김성철 그리고 허가윤이 이끌고 간다. 두 남자배우 사이에서 허가윤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어쩌면 연기 후배일 수 있지만 이시언과 김성철에 밀리지 않는 모습도 보여준다. 허가윤은 자신이 만약 칭찬을 받는다면 그 공을 두 배우에게 돌리고 싶어했다.

“시언 오빠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정말 잘해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장면이 더 살았던 것 같아요. 오빠가 누리 앞에서 주눅든 모습을 보여주니 누리의 시니컬한 성격이 잘 드러났죠. 성철이는 저와 같은 곳에서 운동을 해요. 운동을 끝내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영화가 무거울 수 있었는데, 시언 오빠가 분위기를 환기시켜줘서 웃음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탄생했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리와 성민, 준혁이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이 애착 가더라고요. 늦은 시간 오랫동안 촬영했거든요. 촬영 후반부여서 다들 힘든 상황이었지만, 진짜 술 마시는 것처럼 분위기가 업 됐어요. 누리의 프리함을 느낄 수도 있었죠. 누리는 이쁘게 꾸미는 여성이 아니예요. 안경 쓰고 머리도 묶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해커하는 건 아니니까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