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화에서 “우주야, 아빠 잡아라!” 대사 한마디로 웃음을 안겼던 ‘그 배우’. 이수미를 만났다. KBS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인생 첫 드라마였다는 이수미는 최근 MBC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여하진(문가영)의 소속사 대표 박경애 역까지 맡아 출연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쭉 연극 무대에서만 서왔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TV, 영화 등 타 매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대본에 있는 세상에 빠져서 상상을 하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게 저한테는 전부 였으니까요”

‘슬의생’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 익준(조정석)의 가사도우미 왕이모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데는 천연덕스러운 조선족 연기가 있었다. 아직 시청자 눈에는 낯설지만 대학로 무대에서 긴 시간 활약해온 베테랑 배우답게 감초 연기를 톡톡히 해낸 것. 오래도록 TV, 영화 출연을 망설여온 이수미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데는 이유가 있었다.

“동료들은 30대에 TV나 영화로 많이 넘어갔어요. 저는 주변에서 매체로 가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용기를 못 냈어요. 거북이 같아서 그 빠른 세상에 적응을 못할 거 같더라고요. 그러다 지난해 5월에 국립극단 공연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어요. 연골이 찢어져서 무릎을 구부리지도 못했어요. 7개월동안 공연과 치료를 병행했는데, 이를 악 물고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너무 심했어요. 한 여름 옥탑방에서 ‘나는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인데 이제 무대에 설 수가 없구나. 뭘 하고 살지’ 하면서 절망했죠. 근데 정말 기적처럼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쳐

그렇게 처음 TV드라마 연을 맺은 작품이 ‘사풀인풀’이였다.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며 자연스럽게 생계도 어려워졌고, 평생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이라는 곳에 다녀본 적이 없다보니 그간 긴축해 둔 재정이랄 것도 없었다. ‘사풀인풀’ 제작진과 미팅하고 자리에서 출연을 확정했던 당시를 전하며 이수미는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라며 “제가 다치지 않았으면 또 겁이 나서 ‘죄송하지만 저는 못할 거 같아요’ 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모퉁이로 내몰린 상황에서 어떻게 감독님과 미팅까지 하게 됐는지, 되짚어 봤더니 주변에 보이지 않는 고마운 손길들이 있더라고요. 연극을 많이 보는 드라마 작가분이 계신데, 예전부터 저를 알고 계셨대요. 그 분이 저를 소개해 주셔서 미팅 제안이 들어왔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했어요. 회사에서도 방송 쪽 일을 좀 열심히 해주시려고 하는 상태였는데 이런 루트를 통해서 일이 생긴거에요”

그리고 그 많은 ‘보이지 않는 손길’ 중에 절친한 친구 장영남도 있었다. 장영남은 현재 ‘그 남자의 기억법’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기도 하다.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르던 장영남은 매체 연기를 시작한 후에도 이수미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다.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수미는 혹시나 누가되지 않을까 재차 걱정하는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영남이는 너무 친한 친구에요. 서로 성격이 비슷해서 1년에 한번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거든요. 만나면 일 이야기를 서로 잘 안 해요. 사는 이야기하고, 재밌는 이야기 하고 그래요. 연극 무대에만 같이 서보다 20년만에 ‘그 남자의 기억법’에 함께 나오게 된 거죠. 앞으로는 둘이 부딪히는 작품에서 만나면 좋겠다 싶어요”

그렇게 첫 발을 들인 드라마 촬영장에서 세 작품을 연속으로 하며 이제는 조금 용기도 생겼다. 미지의 세계라고만 여겼던 드라마 현장을 한 결 편안하게 만들어준 공 역시 이수미는 주변 사람들에게로 돌렸다.

“막상 와서 해보니까 다행히 동료 배우 분들, 감독님들도 너무 잘해주셨어요. ‘그 남자의 기억법’ 같은 경우는 촬영 감독님부터 스태프분들이 강보에 싼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해주세요. 너무 고맙죠. 고마운 환경에서 하루하루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식스오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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