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고보결이 ‘하바마’에서 빛났던 순간 중 하나는 김태희, 신동미와 다른 학부모들의 만행을 처단하는 장면이었다. 이어 같이 술을 먹고 하나가 되는 장면은 세 사람이 드라마에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고보결에게도 오민정에게도 변화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김태희, 신동미 선배님과 함께 찍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요. 신동미 선배님은 현정 캐릭터와 거의 일치하는 거 같아요. 제가 만취한 장면이 있었는데, 대본 지문에 ‘낙엽을 뿌리고 구른다’라고 돼 있었어요. 대학교 때 낙법을 배워서 평생 언제 써보나 했더니 이번에 쓰게 됐어요. 동미 선배님이 ‘진기명기를 봤다’고 박수를 쳐주시는 거예요. 언니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지고 말도 많아지니까 언니들이 ‘너 원래 이런 애지?’ 하시는 거예요.(웃음) 정말 많이 웃으며 촬영했고 개인적으로도 언니들과 많이 가까워졌어요.”

“드라마에서 태희 선배님이 H.O.T., 동미 선배님이 젝스키스, 제가 Y2K 팬으로 나왔어요. 실제로 저희 세대 때 H.O.T, 지오디가 대세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열렬한 팬심을 드러내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속으로 H.O.T.를 품고 있었죠. 노래 중엔 ‘빛’을 좋아했어요. 토니 안 사진이 500원이었는데, 하나 샀던 기억이 나요. 그 정도로 소심하게 팬심을 보였어요.(웃음)”

‘하바마’가 시청자들에게 100% 만족을 주진 못했을지라도, 고보결은 모든 시청자의 반응을 소중하게 간직했다. 그와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고보결은 행복하고 감사했다. ‘김태리 닮은꼴’ 등 고보결에게 붙은 수식어도 연기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최근에 봤던 ‘하바마’ 반응 중에, 한 누리꾼분이 어머니 49재와 드라마 기간이 비슷했대요. 이 드라마와 함께 어머니를 보내드렸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제가 우는 신에서 같이 울었고 민정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해주시는 반응들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울 때 같이 우셨다는 건 제 마음과 통했다는 거니까요. 그런 반응들을 통해 배우로서 더 연기를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철파엠’에서 이규형 선배님이 ‘김태희 vs 고보결’ 질문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당연히 김태희 선배님이죠. 그래도 규형 선배님이 결정을 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이 드라마에서 저는 성숙해보이려고 스타일링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저 자신을 재발견하는 스타일링이었던 거 같아요. 교복 입었던 장면은 어색했어요. 잠깐 나와서 다행이었던 거 같아요.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 과거 신의 연기를 하는 건 또 다른 재미였어요.“

고보결은 서울예대 연극과에 수석 입학해 조기 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꿈은 연극이었지만 그동안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매체 연기가 다수다. 연극이냐 매체 연기냐 갈등할 때, 이 모든 걸 겪었던 이규형은 큰 도움이 됐다. 고보결의 꿈은 달라졌을까. ‘하바마’ 이후 보여줄 고보결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영화를 꼭 하고 싶고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데뷔는 연극으로 했고 연극배우가 꿈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매체 연기를 계속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다 같은 계열인 것 같아요. 이규형 선배님이 뮤지컬 등 다양하게 하셔서 제가 차이점을 물으니 “다 비슷하다. 다 연기하는 건 똑같으니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연극, 영화 모두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어요.”

“장르적으로 다양하게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프리즘처럼 다양한 색채를 가져서 그때마다 골라 쓸 수 있는, 맞춤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바람이에요. 아직 차기작 검토 중이에요. ’아스달 연대기2‘요? 저는 정말 아는게 없어요. 다시 한번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기쁠 거 같아요.”

“여행하고 스쿠버다이빙하는 걸 좋아해요. 액티비티한 편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집순이 모드로 전환됐어요.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를 하고 있죠. 만약 제가 예능을 한다면 여행 예능을 해보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 제가 어떻게 반응하고 극복하는지, 어떤 여행 스타일인지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기회가 오겠죠?(웃음)”

 

# 오민정에게 보내는 고보결의 편지

“민정아, 안녕? 그동안 속앓이도 했고, 많이 사랑했어. 너의 깊은 진심을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는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위안 받았을거야. 유리라는 빛을 통해서 빛나는 너의 진심을 알게 됐잖아. 많이 속상했겠지만 떠나보내서 아쉽고 슬프겠지만, 강화(이규형)와의 발전된 관계로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가기를 바라.”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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