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2주에 한 차례씩 팟캐스트 ‘올빼미 시스터즈의 헬라이프’ 녹음을 위해 모이는 망원역 인근 서너평 남짓 스튜디오.

 

 

 

 

각자 업무를 끝낸 뒤 오후 6시께 모여 2회분 방송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깔깔대는 폭풍 수다에 이어 자못 진지한 이야기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날 오후 8시. 녹음을 마친 뒤 상수역 부근 카페로 옮겨 향 좋은 커피와 타이식 볶음 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올빼미 시스터즈의 헬라이프’는 싱글 고수인 웃기는 언니들의 혼자 생활 밀착형 코치를 표방한다. 세 언니들은 스스로를 ‘화려한 싱글’이 아닌 ‘생존형 싱글’로 레테르 붙인다.

 

 

 

 

30대 중반의 막내 독다람쥐(빠릿빠릿하다)가 교양, 40대 초반의 명랑글래머(후덕하긴 하다)가 예능, 맏언니인 40대 중반 흥보살(이애란 여사에게 전할 만큼 흥이 많다)이 시사를 맡는다.

낄낄대며 하는 느낌이라 살갑다. 신변잡기와 정보에도 영혼을 담아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엔 480위로 출발했는데 회를 거듭하며 팟빵 취미 카테고리에서 100위까지 순위가 치솟기도 했다.

지난 7월1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싱글들의 독립과 이사’ ‘썸에서 연애로 가는 길’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적게 일하고 많이 누리기’ 등 19편을 내보냈다.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되는데 24일엔 20회 ‘나의 로맨틱 크리스마스’가 방송된다. 독거청년(혹은 중년)들에게 물었다.

♥ 크리스마스 계획은?

‘모태 솔로’들은 아니다. 남부럽지 않은 연애도 해봤다. 그럼에도 추억은 결코 로맨틱하지만은 않았다. 망가졌던 기억들을 방송에서 천연덕스레 끄집어낸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나 홀로’인 그녀들의 올해 크리스마스 계획은 무얼까.

 

 

 

 

“이브엔 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보고, 25일엔 약속이 없어요 ㅠㅠ. 26일엔 동호회 회원들가 홍대 앞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송년 파티를 할 계획이에요”(명랑글래머)

“직장생활 할 땐 솔로라는 이유로 매년 당직을 섰어요. 올해는 모임에 가서 시끌벅쩍하게 놀려고요. 외롭지 않게. 저 사실, 독립한 지 얼마 안됐거든요.”(독다람쥐)

“크리스마스라는 게 다른 휴일과 별반 차이가 없어요. 리모콘과 함께 보내는 날이죠. 이번엔 ‘혼자서도 시크하게 잘 지낼 거야’ 발악하는 차원에서 일본 료칸여행을 떠나요.”(흥보살)

돈은 되니?

철없는 10대도, 열정만으로도 배부른 20대도 아닌, 사회물 다량 흡입해 알거 다 아는 3040세대가 모여 일을 벌이자 한결같이 날아오는 질문은 “돈은 되니?”였다. “돈이 돼서가 아니라 즐거워서”라고 대답한다.

이런 부류를 두고 근자감 끝판왕이라고 해야 할까,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서 부족함 없는 것들이라고 해야 하나.

 

 

 

 

즉석 호구 조사해보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같은 건 없다. 15년 넘도록 직장생활 빡세게 하며 모은 돈으로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거나, 막 원룸 전세를 얻어 독립했을 뿐이다.

처음 두 언니에게 팟캐스트를 제안했던 독다람쥐는 “청취자에게 어려운 일을 극복하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다. 모른다는 이유로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막내의 아이디어에 두 언니가 자신들의 전공(?) 분야인 싱글 콘셉트를 잡았다. 현재는 각자 돌아가면서 기획을 한 뒤 세분화해 시간을 쪼개 취재를 하고 원고를 준비한다.

구글에 드라이브를 만들어 수시로 회의를 하며 아이템을 구체화한다. 그래야 양감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회당 평균 녹음시간은 50분. 편집에는 2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시작은 취미활동 겸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자란 차원이었다. 하지만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고, 공통의 일을 대하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축적되면서 팟캐스트 내용에 청취자와의 Q&A를 보태 e-북으로 출간하는 등 올빼미 창작집단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꾸려가고 있다.

 ♥ 솔 메이트?

같은 분야에서 일하던 7년 전, 처음 만나 제주도 출장을 같이 가게 되며 친해진 세 여자는 이후 여행을 같이 다니기도 하며 서로를 더욱 세심하게 알아갔다.

 

 

 

성격은 아주아주 다르다. 감성적이고 빠릿빠릿한 독다람쥐가 저지르는 타입이라면, 논리적이며 독한 구석 있는 명랑글래머는 수습책이다. 노련한 흥보살은 전체적인 관리와 조율에 능하다.

 “취향과 성격은 안 맞아요. 지난 번 MT 가서는 개싸움을 벌였어요. 그런데 다들 뒤끝이 없어서인지 나와 다른 생각, 내가 지적받은 문제점을 금세 받아들여요. 그래서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아요. 이젠 솔 메이트들이죠. 무엇보다 서로 남자 취향이 달라서 그걸로 싸울 일은 없어요. 음화홧~”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인터뷰는로 이어짐

2015/12/24 - [Singles] - [용원중이 만난 싱글즈] 생존형 싱글녀 3인의 ‘헬 라이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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