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은 10일,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안방극장에 잔잔한 파장을 그렸다.

 

 

오후 10시30분 KBS1TV에서 방영된 ‘6월 이야기’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촛불 세대가 기록한 6월 세대 이야기'가 담긴 KBS 공동기획 다큐멘터리다. 앞서 KBS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6.10 민주항쟁 30년을 맞아 공모전을 통해 청년 세대가 6월 세대의 경험을 채록한 스마트폰 영상을 받았다. 약 70건의 사례 중에는 기존 언론에서 주목하지 못했던 것도 발굴됐다.

경남 마산에 사는 허진수(62)씨는 아들 허윤(23)에게 1987년 6월10일 마산에서 열린 대통령배 축구 이집트 대 한국의 경기가 시위로 어떻게 중단되었는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당시 시위대가 경찰의 진압을 피해 마산공설운동장 쪽으로 갔고, 최루가스로 인해 이집트 선수들이 떼굴떼굴 구르자 경기가 중단됐다. 그리고 경기장의 관중이 시위대에 합세해 애초 1500명의 시위대가 3만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문화패 활동을 하는 신애자(53)씨는 후배 이인지(21세)양에게 87년 당시 평범한 간호사였던 자신이 적극적으로 6월 항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원주 가톨릭 성당을 중심으로 어떻게 5.18의 비극을 전하고, 시민들이 6월 항쟁에 참여하게 했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87년 제주대 선후배였던 김효철(52)씨와 정민구(51)씨는 자녀들에게 제주에서 처음 시위를 시작하면서 떨렸던 경험을 들려줬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해방직후 4.3의 아픈 기억으로 대중들이 참여하는 시위가 일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의 진압을 뚫고 서로 만났을 때의 감격과 서귀포까지 원정 시위를 갔던 경험을 자세하게 말해줬다.

연새대생 정이든(21세)양은 같은 영화동아리 선배인 오승일(51)씨가 87년 연세대 앞에서 벌어진 이한열 피격 당시 경험했던 사연을 자신의 촛불 집회 참여와 연결시켜 인터뷰를 했고, 여고생 김미지(17세)은 광주에서 6월항쟁에 참여한 송득용(53)씨의 이야기를 당시 자료와 함께 상세하게 채록했다.

또한 당시 명동성당에 갇힌 채 농성을 이어가던 대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절달했던 성당 뒤편 계성여고 선배와 지난 촛불집회 때 무대에 올라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합창 공연을 한 후배 여고생들의 만남이 전파를 탔다.

 

 

87년 민주주의의 숨통을 억누르는 독재 타도와 내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스크럼을 짰던 87년 6월 세대와 30년이 흘러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가득 채우며 흔들리던 민주주의를 복원한 촛불세대의 대화는 뜨거운 감동을 안겨줬다.

벅찬 감동을 배가한 또 하나의 주인공은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었다. 평소 정치사회적 소신 발언과 개념 연예인으로 주목받아온 인물이었기에 자연스러운 몰입이 이뤄졌다. 유아인은 정제된 목소리로 30년의 시간을 오가며 부모와 자식세대, 시대를 달리한 청년세대의 열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대변했다.

 

사진출처= KBS1 '6월이야기', 유아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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