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있는 보석 같은 인디밴드부터 오버와 인디의 경계에 있는 핫한 인디밴드까지, 그들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노래를 살펴보는 서칭 포 인디맨.

 

 

늦은 나이에 데뷔해 홍대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위치를 쌓아가고 있지만, 실력파 이미지보다 아직은 ‘얼굴로 노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미녀 가수(?) 정밀아를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작

그가 음악을 ‘시작’한 시기가 언제인지 정확히 단정 짓는 것은 어렵다. 지금은 음악에 조금 방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에게 음악은 그저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할 것 없이 어린시절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았던 것이나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감동을 받은 것도 ‘음악사’의 일부였다.

가수로서 본격적인 활동이라면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에서 연을 맺은 ‘미미시스터즈’의 작은미미와 더불어 결성한 3인조 밴드 ‘물체주머니’였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후 아르바이트도 하고, 회사원으로서도 살며 틈틈이 곡을 썼고 2012년 언플러그드 카페 오픈 라이브에서 '그리움도 병‘과 ’내 방은 궁전‘을 선보였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뒤 여러 곳에서 라이브 공연 섭외를 받게 됐다. ‘정밀아’는 그가 SNS를 처음 가입했던 2008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당시 미술작가가 된다면 쓰겠다며 장난처럼 만든 이름이다. 그런데 공연을 다니다보니 팬들에게 SNS가 공개됐고 자연스레 활동명은 ’정밀아‘가 됐다.

 

미술과 음악

 

음악을 시작할 때 딱히 미술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음악은 교회반주처럼 사는 것의 일부였고 그림 역시 그랬다. 다만 꾸준히 해오던 그림 작업에 한계를 느꼈을 때, 자신이 표현하는 방법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수단이 음악이었다.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미술로 자신을 표현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창작이 고되진 않았다. 다만 자신이 써내려간 곡들이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의심이 들어 주변 친구들에게 반응을 듣곤 했다.

 

사는 음악

 

그의 음악은 틈날 때 떠오르는 멜로디를 녹음하고 가사를 써가면서 ‘살다보니’ 만들어졌다. 회사원으로도 살아보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살아보고 그 모든 사는 일은 창작으로 이어졌다. 곡 하나를 완벽하게 써내려가기보다는 틈틈이 생각나는 멜로디를 녹음하고 그 조각들로부터 하나의 곡을 완성해갔다.

 

그는 당장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바탕으로 충동적으로 혹은 즉각적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고 묵히는 편이다. 그런 다음 서서히 감정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을 ‘포크 가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굳이 음악적인 분류를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만 딱히 자신을 포크가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는 그다. 춤추러 클럽에도 다니고 클래식이나 재즈, 제3세계 음악도 많이 들었다. 자신의 성향이 포크에 가까운 것이고,  감사하게도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그가 포크가수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음악은 사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변하면 음악도 변할 것’이라며 어떤 장르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언젠가 펑크 록에도 도전해보고 싶단다. 

 

정규 1집 '그리움도 병'

 

공연을 계속해오면서 발매한 데모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등 다양한 앨범에 참여하며 정규 1집에 대한 구상을 이어갔다.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자신의 지난 이야기들을 정리해 들려주겠다는 정밀아의 생각은 정규 1집 ‘그리움도 병’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움도 병

 

 

동명의 타이틀곡 ‘그리움도 병’은 그가 공연을 다닐 당시 가장 많이 불렀고, 그의 첫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 1집에서 현재를 담기보다는 자신의 지나간 이야기들, 묵혀둔 것들을 풀어내기 위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됐다. 그리움을 키워드로 인상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내 방은 궁전

 

자신의 감정을 시간을 두고 묵혀둔 채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정밀아의 음악 중에서 가장 충동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로 5분 만에 완성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이 가격을 주고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순간적인 빡침(?)이 창작의 계기였다, 차분하고 잔잔한 노래만이 아닌 다른 스타일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엿볼 수 있다.

 

방랑

 

홍대 클럽 ‘살롱 바다비’에서 기획한 공연 ‘책장을 넘기는 노래’에 참여했을 당시 만든 곡으로 헤르만 헤세의 수필 ‘방랑’을 모티프로 삼았다. 저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고 나서는 방랑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산을 넘고 길을 가고 오르막길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땀나고 발 아프고 편한 곳에 앉아 보이는 풍경들에 감탄하는 그 순간순간에 대한 성찰이 느껴지는 곡.

 

앞으로의 계획

 

공연장에서 입이 풀리면 노래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멘트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그의 계획은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베이스는 홍대지만 지방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음악에 몰두하며 즐겁게 사는 삶이 그리고, 부르고, 쓰는 여자 정밀아가 꿈꾸는 삶이다. 

 

 

2집은 아직도 구상 중이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 ‘꽃’을 곡으로 써낸 싱글이 발매될 예정이다. 4월의 아픈 봄. 아직 슬픔이 남아있는 현재에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그때의 감정을 보다 진화시켜 본질적인 감정으로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오래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 창작을 고민하던  정밀아는 자신의 생각과 꼭 닮은 나 시인의 시를 발견했다. 기타와 건반으로 러프하게 편곡하고 정밀아가 한 줄의 가사를 덧붙여 만들었다는 이 곡은 11일 만날 수 있다.

 

사진 한제훈(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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