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본다” 공식이 ‘부부의 세계’에도 먹힌 걸까. 파격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부부의 세계’ 시청률이 연일 비지상파 드라마 새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극본 주현/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제작 JTBC스튜디오) 12회 분당 최고 시청률은 29.3%까지 치솟았다. 이미 ‘SKY 캐슬’의 아성을 뛰어넘었을 분만 아니라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경이로운 대기록을 작성하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뿌의세계’(‘부부의 세계’ 준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진=JTBC '부부의 세계' 캡쳐

16부작으로 제작된 ‘부부의 세계’는 2막 시작 이후 좀처럼 ‘사이다’ 한 방을 찾기가 힘든 전개가 이어졌다. 여다경(한소희)와의 결혼으로 지역 유지인 여병규(이경영)의 권력과 부 그리고 영화 제작자로서 성공한 이태오(박해준)이 고산으로 돌아와 파상공세를 벌였기 때문. 여기에 지선우(김희애)의 주변 인물들은 다시 한번 그녀를 기만하고 이태오와 여다경의 홈파티에 모여들며 분노를 유발했다.

아빠 이태오에 대한 애착과 엄마 지선우에 대한 의리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이준영(전진서), 그간 온전히 지선우의 편인줄로만 알았던 김윤기(김무생)의 미심쩍은 행보, 민현서(심은우) 사건으로 지선우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이태오와 손잡은 박인규(이학주)까지.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답답한 전개가 계속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이견이 갈린 건 지선우의 심경 변화다. 마찬가지로 이혼녀가 된 고예림(박선영)과의 화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간 배신을 반복해온 설명숙(채국희)과 긴장이 와해된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비난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그간 기댈 곳 없었던 지선우에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연대가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JTBC스튜디오

‘죽거나 죽이거나' 증오로 들끓던 지선우와 이태오의 이면에 아직 씻겨나가지 않은 애정이 있었다는 것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들 이준영 문제로 만난 두 사람이 극한의 감정 속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 이 역시 양가적인 반응이다.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시선에 따라 전 남편인 이태오와 애증의 관계가 이해된다는 반응, 바람핀 남편을 어떻게 다시 받아줄 수 있느냐는 비난으로 나뉘었다.

때문인지 12회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부부의 세계’ 하차 선언이 이어졌다.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고구마 전개에 “정신 건강을 위해” 하차하겠다는 시청자들이 대폭 늘어난 것. 하지만 목 막히는 전개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다시 리모컨을 들게 만든 건 미스터리다. 박인규가 고산역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용의자가 지선우, 이태오, 민현서, 김윤기로 압축됐다.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부부의 세계’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단서가 됐다.

여기에 여다경과의 결혼 뒤에도 이태오를 견제해오던 여병규가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진 것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작은 틀 안에서 지선우, 이태오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충실히 이행해내고 있는 것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 요인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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