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는 중성적인 매력을 띄는 여성을 칭하는 말이다. 흔한 남자 이름 톰(Tom)에 보이(Boy)가 더해진 합성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셀린 시아마 감독이 정체성은 누가 만드는 것인지 이야기한다. 그는 사회도, 주변 사람들도 아닌, 한결같이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 1PICK: ‘톰보이’가 있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탄생했다!

‘톰보이’는 자주 이사를 다니는 10세 소녀 로레(조 허란)가 자신의 이름을 미카엘로 속이고 남자애인 척 주변 아이들과 사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은 데뷔작 ‘워터 릴리스’부터 ‘톰보이’ ‘걸후드’ ‘타오로는 여인의 초상’까지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이야기한다. 정체성이 확립되는 어린 시절을 다룬 ‘톰보이’는 셀린 시아마 영화 스타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톰보이는 우리의 어린 시절 흔히 볼 수 있다.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여자아이들. 셀린 시아마는 주변 인물들보다 로레의 시선에 집중한다. 그의 행동, 눈빛 하나하나 섬세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이는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주인공의 감정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 2PICK: 로레 또는 미카엘, 10년 만에 발견한 조 허란이란 배우

조 허란은 10세 로렌의 모습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영화가 2011년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 10여년 만에 개봉해, 그를 이제야 발견하게 된 건 안타까울 뿐이다. 로레는 남자애 미카엘로 분했을 때도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로레에게 가면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린 마음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뿐이다.

로레는 겉으로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조 허란은 영화 제목처럼 톰보이 그 자체였다. 남자아이들 틈에서 축구 실력을 뽐내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바지와 운동화를 사랑하는 로레는 조 허란이 연기했기 때문에 더욱 빛나보였다. 특히 조 허란의 불안한 눈빛, 순수한 미소, 미지 속에서 느껴질 법한 아우라는 보는 이들을 심쿵하게 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캐스팅이 탁월했음을 입증하듯이 말이다.

# 3PICK: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성장과 아픔은 같은 말

어린 시절 누구나 성장의 아픔을 겪는다. ‘톰보이’는 성 정체성에 대한 아픔을 다룬다. 자신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것처럼 부모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로레의 6세 동생 잔(말론 레바나)은 로레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준다. 문제는 잔이 느끼는 혼란보다 부모가 느끼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영화는 자식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어른들이 더 혼란을 키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로레는 오히려 담담하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영화들 속 주인공들이 정체성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로레는 조용히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남자의 탈을 쓴 여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일부러 찰흙으로 성기를 만들고, 머리카락을 잘라도 로레는 로레 그 자체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찾아나서려는 한 소녀의 여정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22분, 12세 관람가, 5월 14일 개봉.

사진=‘톰보이’ 스틸컷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