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반등은 없었다. ’더 킹: 영원의 군주’ 이야기다. 최근 로맨스물들이 연이어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지만, ‘김은숙’이라는 브랜드만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에 최고 11.6%, 최저 8.6%(닐슨코리아 기준)까지 곤두박질친 성적표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제작 화앤담픽쳐스/이하 ‘더 킹’)이 지난달 17일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만 넘어도 대박 소리를 듣는 요즘이지만, 연이어 시청률 홈런을 친 SBS 금토드라마 라인업에 김은숙 작가가 투입됐기에 충분히 ‘문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표면적으는 전체적인 왜색이 질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 방송분인 6회에서는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신에서 일본 해군 함선이 등장했다. 문제는 일본 함선이 광개토대왕급·세종대왕급·이순신급 등 우리나라 군함과 비슷한 모양에 일장기를 달았다는 데 있다. 백상훈 감독은 방송이 나간 후 논란이 거세지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연출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라며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물론 누구도 의도를 가지고 이런 연출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서 극중 건축양식에 일본 사찰의 특징이 덧입혀지며 지적을 받았기에 논란이 더욱 부각됐다.

 

CG를 향한 혹평도 적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영화와 속도전인 드라마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당장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는 정교한 CG로 호평을 받았다. 시간 부족을 탓하기에 이미 팀이 꾸려진 지는 오래고, 이미 8개월째 촬영을 진행 중이다.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본이다. ‘파리의 연인’ 때도 ‘더 킹’ 때도 김은숙 작가는 변하지 않았다. 필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가령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 때만 하더라도 백마탄 왕자님이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어 캔디형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내러티브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김은숙 작가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지적이 시청률이나 흥행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연출 등 총체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다.

김은숙 작가가 일부 반응을 의식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캐릭터의 다변화도 조금씩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인 고애신(김태리)는 사대가의 영애지만, 위험을 무릎쓰고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문제는 로맨스만 엮이면 이런 주체성이 증발해버리는데 있다. 고애신만 보더라도 그녀를 지키는 건 스스로가 아닌 유진 초이(이병헌), 구동매(유연석), 김희성(변요한)의 희생이다.

‘더 킹’을 보면 대한제국 최연소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이 등장한다. 거창한 수식과 달리 정태을(김고은)을 견제하는 기준은 고작 “어려? 예뻐?”다. 직업적으로는 정태을 역시 강력반 형사로 강렬해 보이지만, 로맨스만 엮이면 어김없이 스토리를 이곤(이민호)이 끌고간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은 부분이 시청률 상승을 막아서고 있다. 우선 평행세계라는 극중 세계관에 대한 진입장벽이 이미 견고하게 높아졌다. 첫 회부터 꾸준히 보던 시청자들조차도 내용을 두고 혼란스러워한다. 악역인 이림(이정진)이 하드캐리하고 있지만, 서스펜스로 시청률을 끌고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말이 꼭 스케일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지적 수준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높아져가고, 이런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드라마는 더욱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더 킹’은 김은숙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터닝포인트도 돌지 못한 ‘더 킹’이 시청률 반등을 노릴 기회도 분명 있을 수 있기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어본다.

사진=SBS, 화앤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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