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최수진은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으로 데뷔 후 어느덧 12년차를 맞았다. 무대 안팎에서 어엿한 선배가 된 이 시점, 그는 실력있는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제는 마냥 설레기보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전하며 좀 더 현실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뮤지컬 인생을 고민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내가 하고싶은 것과 남이 보는게 다르잖아요. 당연히 주인공인 리지 캐릭터가 탐나기도 했지만 다른 캐스팅 배우들이 하는 걸 보니까 '리지는 저랬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생각하는 건 버려도 되는 자신감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저런거 다 하고 싶었지만, 최근에는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만약 나중에 다시 할 기회가 있고, 리지가 키가 클 필요가 없다면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네요(웃음)"

"후배들 보면 '나는 20대 때 그렇게 못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특히 (엠마 보든 역의) 홍서영이 거의 10살 차이거든요. 근데 전 그 나이에 지금 서영이가 하는 것 만큼은 못했어요. 그런 동생들 보면 나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성숙한 것 같기도 해요. 부럽기도 하고. 누가보면 '너도 잘해왔어'라고 할 테지만, 저는 아직도 철이 안든 것 같아요"

"10년간 하면서 목표가 계속 바뀌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처음 목표의 절반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아마 뮤지컬 그만둘 때까지 그럴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제가 신인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완전 정점에 오른 것도 아니고. 애매할 수 있는 시기라 지금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도 신중하게 고르려 하고. 한 곳만 보고 달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했던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난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도 많고 더 신중해지고요"

매번 무대에 오르고, 다른 공연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욕심가는 작품이 생길 법하다. 과거 최수진은 뮤지컬 배우 윤공주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바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 역 더블캐스팅으로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 이제 그에게 남은 욕심은 무엇일까. 그는 의외로 거창한 작품을 목표로 들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품 선택할 때) 같이 하는 분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작품은 기존 공연이나 대본을 읽으니 선택이 쉬운데, 같이 하는 분들은 직접 만나기 전에는 모르니까. 근데 이제는 작품을 많이 하다보니 배우분들도 많이 알고, 전에 같이 했던 배우랑 다시 하는 것도 좋아요. 모르는 배우라면 같이 해보고싶다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윤공주 언니는 지금도 너무 팬이고 좋아요. 공주 언니뿐 아니라 모든 여배우들을 다 좋아해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들이 무조건 하나씩 있거든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살았기에 그것대로 가치가 있고, 보물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거죠. 그래서 무대에서 배우들의 매력이 발현될 때,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을 볼 때 팬이 되는 것 같아요"

"공주 언니랑 더블하면서 언니는 내가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더욱 팬이 됐죠. 내가 역시 보는 눈이 있었구나 싶은 것도 느끼고요(웃음). 한번은 제가 발을 다쳐서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적이 있어요. 근데 마음 불편해하지 말라고 너무 진심으로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냥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는게 마음으로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고 빨리 나을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이 알려진대로 최수진은 소녀시대 멤버 수영의 친언니다. 그에겐 늘 따라붙는 '수영 언니'라는 수식어가 불편할 법도 하지만 그는 "그냥 내 동생일 뿐"이라며 '현실 자매'의 반응을 보였다. 무대도 인생도 사람을 중시하는 최수진에게 가족과 팬은 어떤 의미일까. 

"수영이가 평소에는 공연보고 홍보도 해주는데,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조용히 왔다 갔어요. 생각보다 동생이 유명해서 영향을 받은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수영이는 그냥 제 동생일 뿐이에요. 부모님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서포트도 적당히 해주시고. 부모수업 받았나 싶을 정도로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공연은 피드백이 바로바로 와요. 객석에서 보이는 반응, 특히 소극장의 경우 관객들이 시선 돌리는 것까지 다 느껴지거든요. 편지같은 걸 받을때도 요즘은 많은 분들이 단순히 팬레터가 아니라 후기글 수준으로 보내세요. 그래서 생생한 작품, 캐릭터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죠"

"이번 공연에서는 '수정될 부분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냥 좋아요'라고 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냥 재밌다는 게 아니라 배우들 연기와 세트, 음향, 객석 관객반응까지 다 고려해서 디테일하게 느끼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좋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서 언급한대로 최수진은 이제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꽤나 많은 경험을 해왔다. 그런 그에게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독립을 통해 인간 최수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는 것과 함께,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포부도 전했다.

"요즘은 독립을 준비해요. 좀 늦었지만 혼자 살아보려고요. 근데 제가 모르는게 너무 많더라고요. 은행업무나 이런 것들.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식 같은 것도 주변에서 위험하다니까 공부하면서 어떤게 있는지 알아보는 정도로 하고 있어요. 근데 아직 하나도 모르겠어요(웃음)"

"최근에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드라마, 카메라 연기도 하고싶은 생각이 있어요.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하다보면 디테일한 연기가 전해지거든요. 관객들이 눈 굴리는 것까지 봐주세요. 그렇게 다 캐치해 주시는게 너무 재밌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하다보면 그런게 더 잘 전해질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더 단단해지고, 굳건해지고 바닥에 잘 붙어야할 것 같아요. 노래, 연기는 기본이고, 사적으로 인간 최수진이 더 단단해져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대화를 나눴을 때 '깊이있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이런 것들이 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장수하는 배우가 목표라기보다 무대에서나 연습에서나 안정적으로 깊이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또 주변 언니들한테 봤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매체 연기도 마찬가지고, 갇혀있고 싶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걸 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로 계속 많은걸 찾으려고 해요. 실제로 많이 찾기도 했고요"

사진=싱글리스트DB,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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