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대본의 디테일을 살리고, 전달하려는 의도에 충실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윤신애 대표. 그리고 이런 목표에 큰 힘이 된 건 바로 김진민 감독이었다. ‘개늑시’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윤신애 대표는 김진민 감독이 신인 배우들을 잘 끌어줄 연출가라고 생각했다.

 

“이 대본은 드라마 하는 연출 입장에서 문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두려움이 없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어요. 스스로 (연출에 대한) 갈증이 좀 있어야 했죠. 그리고 신인 배우들을 데리고 찍는데 연기를 끌어내줘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진민 감독님이 사람의 감정을 잘 끌어내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어요. 감독님은 소비적이지 않고 건설적인 분이에요. ‘내가 좀 편하게 할 수 있을거야’하는 확신이 있었죠. ‘인간수업'을 보면 아시겠지만 주인공 4인방 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 하나하나 신경을 쓰셨어요. 감독님의 그런 배려가 좋아요. 아이들이 다 움직이고 있잖아요. 그런게 전체적으로 학생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봐요”

‘인간수업’에서 성매매에 가담하는 민희 역을 연기한 배우 정다빈은 정서상 예민할 수 있는 장면 촬영을 부담없이 해낼 수 있었던 데 대해 “(김)여진 선배님도 계셨고, 촬영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도 여자 분이셨어요. 그래서 저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셔서 심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어요”라고 밝혔다. 물론 극을 이끌고 가는 화자는 지수(김동희)지만 여성 제작자와 촬영 감독의 영향으로 시선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엄혜정 감독님은 스탭이 추천을 했어요. 우선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감독님들 중에 스케줄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리스트업을 했어요. 끝까지 그림을 놓치지 않을 분이 필요하다는 것도 엄혜정 감독님과 함께 일하게 된 데 한 몫을 했어요. 감독님 작품을 쭉 봤는데 우리랑 톤이 맞을 거 같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드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톤을 룩북처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드라마가 가져가는 톤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톤과 색감을 어떻게 갈 건지 감독님이 미리 생각할 수 있게, 어딘가는 컬러감이 튀길 원한다고 다 이야기했죠. 사실 그런 부분은 연구하고 고민하는 분이 필요한데, 너무 즐겁게 해주셔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대본을 쓴 작가의 의도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제작을 맡은 윤신애 대표가 ‘인간수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고 싶었는지 물었다. 윤신애 대표는 우리 사회, 그리고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인생을 살면서 기준점을 잘 잡고 있는지 질문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대학을 가거나, 성공하거나, 돈이 우선이잖아요. 아닌 척 하지만 항상 그 기준대로 아이들한테 강요하고 있잖아요. '우리 잘 살고 있는 거야? 괜찮은 거야? 모른척하지마' 이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청소년 범죄가 주변에 많잖아요. 우리랑 먼 이야기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또 그걸 이용하는 건 어른이잖아요. 설사 본인이 그렇지 않더라도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기준으로 아이를보고 있는게 맞는지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싶어요. 세상이 가끔 무섭게 돌고 있는 거 같아요. 개인의 재능을 잘 키워줄 수 있는 고민보다 같은 기준선을 두고 닦달하고 있잖아요. 작품 속 아이들의 현실이 폭력적인 걸 떠나서 '애들이 진짜 이렇구나', '애들도 돈을 외치면서 가고 있구나, 우리 사회 똑바로 만들고 있는거 맞아?’ 같은 고민이 필요한 거 같아요”

끝으로 ‘인간수업’을 제작한 데 만족하고 있는지 물었다. 촬영기간을 비롯해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이기도 했고, 여러가지 실험적인 측면이 있어 쉽지 않았겠지만 윤신애 대표는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함께 작업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람들이 같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리뷰가 많더라고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게 되게 좋아요. 우리가 만든 것, 우리가 고민한 걸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더라고요. 수위 세게 만들어서 관심 끌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고민한 것만큼 같이 느껴주고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신인 배우들을 주인공이잖아요. 이 친구들이 평가를 좋게 받고 있으니까 그게 되게 뿌듯해요. 제작자도 어찌보면 작품 하나를 자식 낳는 것처럼 생각하니까요.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했고, 잘해줬어요. 작가도 신인인데 ‘이런 작가가 있구나’ 평가받고, 물론 감독님을 저는 믿고 있었지만 ‘이런 작품도 하시는 구나’ 해주시니까. 내가 믿고 있던 사람들이 온전히 평가를 받게 되는 자리잖아요. 그게 굉장히 뿌듯해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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