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입장에서 최근의 사건들을 마주 했을 때 걱정이 됐어요. ‘청소년 범죄나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접근해보자’, ‘오락의 시선에서 접근하지 말자’ 했거든요. 일련의 사건 때문에 그런 프레임이 씌워져서 가치 평가가 안될 까봐 염려가 됐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뜻밖에 공개를 앞두고 텔레그램 n번방, 동급생 집단 성폭행, 촉법소년의 뺑소니 사망사건 등 청소년 범죄가 연이어 뉴스를 장식했다. ’이러니 드라마가 재미 없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현실도 잠시, 조금씩 잊혀져가던 청소년 범죄에 대한 경각심에 ‘인간수업’이 경종을 울렸다.

청소년 범죄, 성매매 등 소재만 놓고봐도 자극적인 키워드가 우선 눈에 띄는 ‘인간수업’을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은 스튜디오329 윤신애 대표다. ‘봄날’, ‘9회말 2아웃’, ’개늑시’ 등 많은 히트작을 제작한 윤신애 대표의 과감한 결정이 이 작품을 세상에 나오게 했다. 믿음이 가는 제작진을 만났다지만 작품이 공개되고 사람들의 반응을 몸소 체감하기 까지 걱정도 적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리뷰를 하는 걸 보면서 이 작품을 한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한편으로 내가 많은 걱정을 했구나, 싶기도 했죠. 폭력적이거나 성매매가 묘사되는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이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을 했어요. 저 역시 여자고, 제작자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카메라 앵글의 시선이 불쾌감을 줄 수도 있잖아요. ‘인간수업’은 촬영 감독님이 여자분이셨어요. 영화를 하신 분이다 보니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감독님의 생각은 어떤지 처음 만나서 7시간을 이야기 했어요”

익히 알려진대로 ‘인간수업’은 송지나 작가의 아들 진한새 작가의 입봉작이다. 사실 신인 작가가 입봉을 넷플릭스에서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부에서는 ‘로또 맞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만큼 흔치 않은 기회고 어찌보면 제작자 입장에서 모험일 수도 있지만, 윤신애 대표는 대본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진 작가님은 오랜 인연으로 알고 있었어요. 원래 직업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은 아니고, 쓴다는 소문을 접했어요. 그래서 만나게 됐죠. 재능이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글은 쓰던 분은 아니니까 최근에 쓴 걸 한번 보여달라고 했어요. 드라마 보면 아시겠지만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인물들이 살아있으면서, 시선이 다양하다 싶었어요. 지문 자체가 소설을 읽는거 같았어요. 그러다보니 더 상상하게 되고 ‘해 볼만 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이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우선 2회만 쓰라고 했어요. 그걸로 넷플릭스에 도전해보자 한 거죠”

아무리 대본이 좋았다지만 신인 작가와의 작업에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할 법 했다. 여느 드라마들처럼 쫓기며 쓰는 환경이었다면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지만, 넷플릭스와의 작업 환경이 호재로 작용했다. 마지막회까지 대본이 나온 뒤에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됐기 때문에 현장의 부담감도 줄어들 수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도입부는 좋은데 뒤가 흐지부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에 쫓기게 되면 ‘제발 (대본이) 나오기만 해라’가 되거든요. ‘인간수업’은 1~2부 대본이 나오고 나서 회별 시놉시스를 다 썼어요. 대본이 시놉시스와 똑같이 나올 수 없지만, 초고라고 하더라도 구조자체가 무조건 10부가 끝나야 슛이 들어갈 수 있게 돼 있거든요. 넷플릭스와의 장점이 그런 거에요. 대본을 다 쓰고 난 다음에 촬영 하면서 디테일을 수정할 수 있게 해줬어요. 제작비 등 복합적인 문제로 공간을 몰아서 한번에 촬영하고는 하지만 저희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순차적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작가도 여유가 있었죠”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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