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한국영화계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었다. 당초 한국영화 기대작 '침입자' '결백' 등이 5월 개봉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영화계는 다시 개봉일 연기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먼저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침입자'는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지난 12일 '침입자' 측은 "심사숙고 끝에 5월 21일로 개봉을 확정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며 개봉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 6월 4일로 개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벌써 세번째다. 최초 3월 12일 개봉예정이던 '침입자'는 이후 4월, 5월에 이어 6월까지 미뤘다. 지역사회 감염위기와 극장가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침입자'는 제작비 65억이 투자된 중형급 영화로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약 150만명이다. 당연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계속 소진되고 여러차례 개봉을 연기하더라도, 극장가에 관객이 모여드는 시점에 개봉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 앞서 영화 '사냥의 시간' 역시 미루고 미루다 개봉했지만 결국 관객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혹평을 얻었다. 특히 장르영화로서 '침입자'는 미스터리를 통한 스릴감이 재미포인트다. 지지부진 시간을 끄는 것이 그닥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같은 시기 개봉 예정이던 '결백'은 예정대로 오는 27일 개봉한다. 연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기도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는 기존 개봉일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신혜선과 배종옥, 허준호 주연의 '결백'은 제작비 약 57억원, 손익분기점은 140만명 수준이다. '침입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만약 '침입자'와 달리 5월내 개봉한다면 영화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극장가는 평일 하루 관객수가 2만명대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영화팬들 입장에서는 볼 영화가 없어서 가지 않는 이유도 있다. 만약 한국영화 기대작 중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면, 예상외로 관객을 모을 여지도 있다.

그외 김호정 주연의 '프랑스여자'도 5월21일에서 6월 4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민수, 치타 주연의 '초미의 관심사'는 예정대로 오는 27일 개봉한다. 앞서 개봉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던 '콜'은 쉽사리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준비했던 '반도' '영웅' '승리호'는 확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최대한 미루고 개봉하더라도 관객의 선택을 받고 흥행할 수 있다. 반면 어정쩡하거나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정도라면, 오히려 무주공산인 지금의 극장가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아쉬워할 지도 모르겠다. 뭐가됐든, 영화계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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