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0대는 평범한 일상이었던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친구들의 도움, 어른들의 관심이 좀 더 크지 않았나 싶어요. ‘인간수업’을 촬영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현실에 있을 법 하지만 비일비재한 일은 아니고, 있더라도 우리가 잘 모르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접근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했어요”

전국민의 마음을 저격했던 ‘아이스크림 소녀’ 정다빈이 어느덧 성인이 됐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살았던 정다빈에게 ‘인간수업’ 속 민희는 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 훌륭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연기로 칭찬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실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민희가 저와 너무 다른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그 벽을 깨기 위한 과정이 많이 길었거든요. 제가 ‘잘해야지, 이렇게 하면 잘해 보일거야’하기 보다 그 순간에 집중하게 해주려고 감독님, 선배님들이 많이 기다려주시고 믿어주셨어요. 그 에너지가 잘 나와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신 거 같아요”

벌써 데뷔 17년차 배우가 된 정다빈도 ‘인간수업’ 출연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야 했다. 어릴 때부터 배우 활동을 한 탓에 수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었지만, 마음가짐이 여느 신인들과 같았던 것. 특히나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맡은 주연작이라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선배님들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서 결정이 됐어요. 오디션이 총 3차례가 있었어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디션 대본을 보고 연기를 했었어요. 성인이 된 지 2달 밖에 안되는 시점에서 좀 충격적이었던 거 같아요. 다시 한번 저의 학교생활이나 10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대본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저한테 계속 물음표를 던지고 고민을 했어요. 몇번 곱씹다보니 이런 의미구나, 느껴지면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커졌던 거 같아요”

제작발표회 당시 정다빈은 부모님이 ‘인간수업’ 대본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드라마상이긴 하지만 정다빈이 맡은 민희가 성매매를 하는 10대이기도 했고, 상상을 뛰어넘는 청소년 범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부모님과 원래 작품을 처음 시작할때 같이 대본을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은 제가 처음 성인이 되고나서 주연작이기 때문에 고민도 있었고, 부담감도 확실히 있었던 거 같아요. 부모님은 처음에 대본을 보시고 ‘진짜 이런 일이 있니?’라고 계속 되물어보셨어요. 사실 ‘네가 잘 할 수 있겠어?’라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청소년 범죄 관련한 기사나 뉴스 같은 걸 많이 찾아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도움이 더해져 ‘인간수업’ 민희가 완성된 셈. 아이스크림 소녀로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인식되던 정다빈에게 배우로서의 성장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첫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더 좋은 거 같아요. 하지만 처음 이 작품을 할때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떻게 하지? 혹여 나와 다른 이미지에 거부감이 들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단순하게 접근하고, 많은 생각을 하면 안될 거 같았어요.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연기를 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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