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너무 많이 봐주시는 거 같더라고요. 재밌는 건 ‘잘 보고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가 한 90% 이상이었어요. 저의 안위를 묻는게 아니라 전개부터 물으시더라고요. 우리 드라마가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 있구나 싶었어요. 아내랑 방송 중에 같이 시청한 경우가 많지는 않았어요. 근데 같이 보게 되더라도 서로 말을 아끼죠(웃음). 제가 감정을 많이 표현해봤자 긁어부스럼 만들 수도 있잖아요. 자리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서로 조심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현실에서 부부 생활은…와이프가 많이 배려를 해주세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규칙적으로 생활하긴 쉽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무생은 현실에서 결혼 8년차에 접어든 남편이기도 하다. ‘부부의 세계’가 부부 사이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만큼, 극중 전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했던 지선우의 감정선에 대해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부부의 세게’가 지선우의 감정을 끌고 가잖아요. 저는 남자기 때문에 모르는 감정이라 ‘저럴 수 있을까’ 싶어서 물어볼 때가 있었어요. 아내가 ‘나도 저 드라마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새로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 파급력이 있는 거 같아요.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더 깊게 들어가서 표현해내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정답을 본 것같은 느낌을 받았나봐요. 그런 지점을 아내가 이야기해주니까 더 이해가 됐던 거 같아요. 지선우같은 상황을 겪어본 사람한테 물어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이무생이 이해하기 힘든 감정은 없었을까. 이무생은 극중 이태오의 명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를 꼽았다.

“이태오와 지선우의 싸움들이 주를 이루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한데,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감정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같아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내 앞에서 입 밖에 냈다는 건, 이태오도 후회하는 부분 아닐까 싶어요. 연기하는 박해준 선배님도 힘드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대배우 김희애와 연기를 한 소감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온라인에 공개된 메이킹에는 남녀 가릴 것없이 김희애에게 달려가 안기려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주는 의미가 남달랐고, 또 함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중에서도 김희애는 선망하던 대상이었다.

“특히나 이번 드라마는 지선우의 감정이 요동치잖아요. 보면서 지선우의 감정이 너무 힘들다. 이걸 16부작까지 버텨내는게 힘드시겠다 싶었어요. 힘든티를 하나도 안 내시고, 그 감정을 항상 유지하고 계셨어요. 저도 오랜 팬이었는데 설렘을 가지고 만났거든요. 김희애가 아닌 지선우가 앉아있는 걸 보고 나도 김윤기로 있어야겠다는 도움을 받았죠. 현장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이무생은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반정을 도모하는 왕자, 자격지심으로 가득한 남편, 탈북민 출신의 청와대 대변인, 미스테리한 생체연구 박사 등. 이 밖에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장르적으로는 안해본건 없는 거 같아요. 다만 제가 몸 쓰는 걸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태권도나 합기도를 해와서 액션도 하고 싶어요. ‘부부의 세계’ 힘을 받아서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그 두개가 같이 있으면 더할 나이 없고요. 지금 이 시점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도 좋을 거 같아요.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서요.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있는 역할만 있다면 좋아요”

끝으로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배우 이무생에게 주는 의미를 물었다.

“사실 이 질문을 받을 거 같아서 많이 고민했어요. 근데 딱 한 문장과 한 단어로 떨어지지가 않더라고요. 양파라고 하고 싶어요. 본방볼 때 다르고, 재방 볼 때 다르고, 대본보고 역할에 들어간 입장에서 달라요. 그걸 보는 이무생으로서의 입장이 다르고, 그 이후에 이무생은 또 어떻게 가야하는지 그런 생각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거 같아요”

 

사진=최은희 기자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