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타는 듯한 더위가 여름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좌부터 '링' '주온' '착신아리'

한 해의 최대 성수기가 찾아오자 극장가에서도 연일 대형 텐트폴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 가운데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으스스한 공포 영화 라인업들도 눈에 띈다. 

'피서=극장'은 진리 아닐까. 한국 관객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고, 솜털까지 쭈뼛 서게 만들며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준 공포 영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STEP 1.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 일본발 극강 공포의 물결

이견 없는 일본 공포 영화의 최고 전성기다. 1999년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링'을 시작으로 '주온'(2003), '착신아리'(2004)까지 한국 관객들은 일본발 귀신과 저주에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 특히, 기괴한 관절 꺾기를 자랑하며 TV 밖으로 기어나오던 사다코와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공간에서 불쑥불쑥 찾아오는 모찌 소년 토시오는 아직까지도 이곳저곳에서 회자될 정도로, 공포 영화의 강렬한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 했다.

  

미국판 '링' '그루지'

J-호러의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매료시켰다. '링'은 드림웍스가 제작하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됐으며 '주온'은 원작의 연출을 맡았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미국판 '그루지'의 메가폰을 잡아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일본 공포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또한 '주온'은 리메이크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총 10편의 시리즈물을 탄생시키며, 일본 공포 영화의 대표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 했다. 

 

STEP 2.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 호러의 진화는 ing
  

'월하의 공동묘지' '여고괴담'

돌풍적인 인기를 끈 J-호러 못지 않게 한국 호러 역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1965년 '월하의 공동묘지'를 시작으로 '엄마의 한'의 일명 ‘한 시리즈’, 1986년 '여곡성' 등 고전 한국 공포 영화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원혼과 여인의 복수를 주로 다뤘지만, 1998년 '여고괴담1'로 변곡점을 찍었다.

당대 사회적 문제와 관객들의 요구에 발맞춘 보다 진화된 공포를 선보인 '여고괴담'은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 받으며 꾸준히 시리즈를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사다코의 TV 탈출 장면에 맞먹는 배우 최강희의 복도 점프는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패러디되며 화제를 모았으며, 한국 영화史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알포인트' '분홍신' '검은 집' ' 고死: 피의 중간고사'

2000년대 이후, 한국 호러의 소재는 보다 다양해지고 타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군대를 소재로 한 명작 '알포인트'(2004), 동화 빨간 구두의 독특한 변형을 일으킨 '분홍신'(2005),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처음 등장시킨 '검은 집'(2007), 입시 지옥 대한민국의 또 다른 학원 공포를 다룬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 등의 영화들은 100만 이상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폭발적인 흥행력을 선보인 작품의 부재로 한국 공포 영화 또한 침체돼가는 듯 했다. 

   

'검은 사제들' '숨바꼭질' '곡성'

그러나 2015년, 한국의 첫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이 560만 관객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검은 사제들'이 공포가 아닌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로 관객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보고 나면 공포지만 스스로 장르 규정을 스릴러, 미스터리로 했던 '숨바꼭질'과 '곡성'도 같은 맥락이다.

STEP 3. 2010년대 할리우드 호러 대세 ‘제임스 완’
   

'쏘우' '컨저링' '인시디어스'

할리우드 호러의 대표 명사는 곧 제임스 완 감독이 아닐까? 2004년 영화학교 재학 시절 만들었던 8분짜리 단편을 확장한 '쏘우'로 제작비 50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린 그는 단숨에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후 '컨저링' '인시디어스' '애나벨' 시리즈 등을 연출, 제작하며 자신의 이름만으로 믿고 보는 브랜드를 창출했다. 

2013년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호러 영화 역시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으로, 무려 220만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그 명성을 공고히 했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카피가 주는 임팩트는 다시 봐도 명불허전이다.

 

이후 2014년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애나벨'은 '컨저링' 이전의 이야기를 다뤄 국내 100만 관객을 동원, 그해 한국 공포 영화 박스오피스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애나벨' '컨저링2' '라이트 아웃'

제작비 대비 30배가 넘는 월드와이드 수익을 올린 '애나벨'의 성공 뒤엔, 전 세계 개봉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준다. 

한국 관객들이 ‘임수완’이란 애칭까지 붙일 정도로 무한한 신뢰를 주고 있는 제임스 완. 이후에도 '컨저링2', '라이트 아웃'(2016)이 각각 190만, 110만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그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판 포스터에서 ‘컨저링’, ‘제임스 완’의 이름을 제목 다음으로 눈에 띄게 배치한 이유 아닐까.

 

'위시 어폰'

한편 제임스 완의 대표작인 '컨저링', '인시디어스'의 촬영 감독이자, '애나벨'의 실제 연출자, 그리고 제임스 완의 대표적인 흥행 파트너 존 R. 레오네티 감독이 저주받은 집(컨저링), 저주받은 인형(애나벨)에 이어 저주받은 뮤직박스라는 소재로 신작 '위시 어폰'을 들고 7월 귀환한다. 

'위시 어폰'은 10대 소녀 ‘클레어’가 우연한 기회에 7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뮤직박스를 얻은 후, 끔찍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오리지널 호러 영화다. ‘저주받은 물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기괴한 뮤직박스의 사운드와 맞물려 극강의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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