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제 학창시절을 뒤돌아봐도 (극 중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은 있었던 거 같아요. 다만 더 다양한 양상으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고, 꼭 이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존재할 거 같아요  ‘요즘 청소년’이라는 말은 우스운 거 같아요. 그들이 악마여서도 아니고, 그들이 바보여서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들이 벌이는 사건을 정당화할 수도 없죠. 보통의 사람들이 저 나이때 저런 선택을 하지 않으니까요.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이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인간수업’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심리적인 불쾌감은 존재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매매 장면 역시 모텔이라는 특정 장소가 등장하지만 직접적인 행위는 생략됐다. 다만 피가 낭자하는 장면은 ‘꼭 필요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노출은 필요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없어도 충분히 전달해줄 수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몇개의 컷트로 충분히 표현이 된 거 같아요. 임기홍씨와 최민수씨가 충돌하는 장면에서 피 사용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최민수씨가 대리희생을 하는 것 같지만,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들어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게 다 복합적으로 모여서 묘한 느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라기보다 붉은색이 주는 감정의 크기로 판단했어요. 붉은색과 어두운 느낌이 만나면서 생각보다 강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거 같아요. 피날레를 간다는 측면에서 과장하거나 누구러뜨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감독 김진민이 아닌, 이 사회 구성원 김진민으로 ‘인간수업’ 이후 청소년에 대한 시각은 얼마나 달라졌을지도 궁금했다. 김진민 감독은 “(인간수업 이전에) 점점 (청소년들과) 멀어지고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해서 더 가까워진 건 아닌데. ‘이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었지’ 생각한 거 같아요. 나이를 먹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싫어하는 건 귀등으로 흘렸거든요.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같이 사는 사람의 고민을 쏟아내본 거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빚진 느낌이 있었어요. 드라마라는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해야 하는데 영화에 비해서 장르적인 한계가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스스로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의도한 부분이 아니건만 ‘인간수업’ 공개를 앞두고 텔레그램  n번방, 여중생 집단 성폭행 등에 청소년들이 줄줄이 연루되어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자칫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인간수업’의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시기를 노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다.

“순서상으로는 제작이 훨씬 전에 완료가 됐어요. 교육적 측면이나 울림을 주기 위한 작품으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거든요. 작가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건 분명하고, 사회적으로 던지고 싶은 이야기도 분명히 있었겠죠.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예전에는 빨리 잊혀졌던 거 같아요. n번방 사건이 나오고 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한번 더 쳐다보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혹은 내가 아는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논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끝으로 ‘인간수업’에서 열연을 펼쳐준 배우들, 특히 모든 사건의 시작인 지수 역의 김동희에 대해 물었다.

“기질적으로 배우를 하려는 사람인 거 같아요. 현장에서 표현이 안됐을때 그 괴로움을 딛고 일어나는 반발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는 오랫동안 연기를 하겠구나’ 싶었어요. 저한테 주눅들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질문에 대한 의도를 열심히 파악하려고 하고, 많은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런 느낌이 좋아서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갈지 궁금합니다. 어린시절에 만났으니 성장해가는걸 보는 재미가 있겠죠. 박주현, 정다빈, 남윤수. 그 친구들이 커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제가 고맙죠 배우들한테”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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