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프로축구 K리그는 개막했다. 전세계가 K리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방역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K리그1 FC서울의 리얼돌 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FC서울은 광주FC와 2020 K리그1 홈 경기를 치렀다. K리그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만큼 관중석엔 사람 한 명 없었다. 하지만 마네킹들이 응원 도구들을 들고 선수들을 맞이했다.

논란은 경기가 끝난 뒤 시작됐다. 마네킹이 성인용품 리얼돌이 아니냐는 팬들의 주장이 나왔다. FC서울은 하루 뒤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문제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엮여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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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의 주장에 따르면 연맹 측이 마네킹 회사의 연락을 받아 FC서울에게 전화번호를 넘겨줬다. 결정은 FC서울이 하는 것이니 FC서울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FC서울에게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 제재금은 1억원 징계를 부과했다.

상벌위원회는 FC서울이 고의로 리얼돌을 배치한 것은 아니고 이를 제공한 업체와 대가관계를 맺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별다른 의심 없이 업체 관계자 말만 믿고 사실 확인을 게을리한 점을 지적했다. 해당 업체의 연락을 받았던 연맹 직원도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징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리얼돌 논란’은 영국 BBC까지 보도됐다. K리그는 전세계에 한국 축구를 제대로 알릴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전세계에서 축구 리그가 진행되는 나라는 몇 국가 되지 않는다. 옆 나라 일본도 J리그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듯 K리그도 전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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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구가 아닌 리얼돌 논란으로 K리그는 전세계에 알려졌다. K리그 각 구단은 무관중 경기에 대비해 관중석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무관중 경기여서 진짜 무를 가져다놓기도 하고, 팬들의 얼굴을 담은 사진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는 훈훈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FC서울은 올 초 기성용 국내 복귀 타진 문제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시즌 시작 전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FC서울은 시즌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한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리얼돌 논란이 실수든 고의가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성단체에서는 강남역 사건 4주기에 리얼돌 논란을 일으킨 FC서울에게 ‘엄중 책임’을 바라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FC서울 내부에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팬들의 마음을 돌릴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문제들은 FC서울을 바라보는 눈마저 바꾸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주말 K리그1 3라운드를 치르는 FC서울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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