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드라마 제작자들의 우려 가운데 하나는 정치영화(혹은 정치색이 들어간 영화)나 막장드라마가 소위 먹히질 않는다는 거다. 현실 정치판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정치적 계산, 음모와 배신, 파국과 역전 등 볼거리가 풍성한데 굳이 관람 및 시청을 하겠느냐는 푸념이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지는 현 시기 정치권은 막말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무말 대잔치’란 용어까지 나돈다. 요즘 ‘아무말’이란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생각 없이 막 내던지는 말들을 의미한다.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친북, 종북하는 문재인이는 아주 나쁜 놈이다. 깡패 같은 나쁜 놈이다” 막말 파문이 잦아들기도 전에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안 갈 것 같다. (문대통령) 오래 못갈 것 같다”는 탄핵시사 발언을 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건전한 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 대표 경선에 나선 하태경 의원은 “한국당 개혁을 잘 되게 도와줘서 보수 전체의 힘을 합치자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제가 볼 때는 걸레는 빨아도 수건 안됩니다”라고 직격했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도 “홍 전 지시가 이끄는 잘못된 당은 우리가 완전히 궤멸시켜야 합니다”라고 당 대표 후보자로서 선명성을 강조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흡수될 당”이란 발언에 격노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홍 전 지사가) 점쟁이입니까? 그렇게 점치면 따귀밖에 안 맞아요”라고 수위 높은 표현으로 홍 전 지사를 공격했다.

막말의 간판스타이자 연금술사인 홍 전 지사는 20일 새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기생정당입니다”라고 그다운 화법을 구사했다. 하지만 마침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앙일보와 JTBC, 홍석현 전 회장이 22일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자리”라고 비난한 그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2일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성(姓)소수자가 장관이 되셨다”며 “성소수자 당대표, 성소수자 장관께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많은 성과를 내주시리라 믿는다”고 발언했다가 성소수자들을 희화화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란 질타를 받았다.

아니면 말고 식 비방이나 폭로, 근거 없는 허위 주장, 유체이탈 화법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멘트는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를 높이지만 한편으론 욕망의 대리만족 기제이자 욕설의 저수지인 막장드라마가 그렇듯 중독성이 강하다.

이런 중독성을 정치적 관심의 마중물로 삼을 때다. 미셸 오바마의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연설처럼 ‘아무말’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시대다.

 

사진출처= SBS '아내의 유혹', JTBC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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