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등 북한측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제안 이유와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제안 이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꽁꽁 막혀온 남북관계를 민간 분야, 특히 이념과 체제를 초월할 수 있는 스포츠 분야에서부터 풀어감으로써 남북대화 재개의 시발점을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새 정부 들어서도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프로그램 개발 등에는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인도주의 목적의 남북 민간단체 접촉과 특히 스포츠를 통한 교류확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도 아닌 만큼 자연스럽게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축사에서 "평화를 만들어 온 스포츠의 힘을 믿는다. 스포츠는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라고 언급한 대목은 전 인류가 공감하는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면서, 남북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정착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남북단일팀 구성,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선수단이 동시 입장해 전세계인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감동 등을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91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고 2000년에는 6·15 남북 공동선언으로 남북화해 무드였다.

남북고위급 회담이 잇달아 열리고, 남북 정상이 직접 대화하던 당시 상황을 환기시킨 것은 북한의 변화가 전제되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음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남북 스포츠 교류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올해 하반기 남북관계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될 만한 대형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10월에는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을 맞는다.

  

■ 성사 가능성은?

이날 장웅 북한 IOC 위원은 문 대통령 제안에 일단 말을 아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교류 방안을 이미 제시한 적이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올림픽 성화의 북한 구간 봉송 등이다. 하지만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비해 북한은 출전권이 없고 기량도 떨어져, 남북 동수 단일팀이 구성되면 오히려 전력이 약해질 수 있다.

한국팀 선수단은 출전선수 엔트리 자체를 늘리는 등의 해결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올림픽 위원회(IOC)의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오는 29일 방한한 뒤 남북 위원들과 접촉을 갖고 문 대통령도 만날 것도 알려져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YT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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