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중단됐던 2019-2020시즌을 재개한다. 과연 그들의 선택은 현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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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각) EPL 사무국은 6월 17일 2019-2020시즌 EPL이 재개된다고 밝혔다. 첫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 아스톤 빌라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대결이다. 지난 3월 13일 리그가 중단된 지 3개월 만이다. 팬들은 리그가 다시 시작되는 것에 좋아할 수 있지만 영국의 상황을 보면 마냥 웃을 순 없다.

영국은 지난 27일 오후 5시(현지시각)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7878명을 기록했다. 하루에만 377명이 사망했다. 확진자는 28일 오전 9시 기준 26만9127명으로 전날 대비 1887명이 추가됐다. 한국이었으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K리그도 중단될 정도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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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은 EPL 재개를 강행했다. 사람 목숨도 목숨이지만 돈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EPL 사무국은 전 구단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4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리그 재개를 한다는 건 그만큼 리그 전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리그 재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경제였다. 리그 중단으로 각 구단들은 중계료를 받지 못하고 스폰서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입장료와 용품 등으로 매출을 올리던 구단들의 밥줄이 끊기고 있었던 것이다. 리그가 재개되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지만, 경기가 방송에서 중계돼 중계료는 받을 수 있게 된다. 구단들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위기를 해결하는 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리그 재개가 EPL, 세리에A, 라리가 재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분데스리가는 5월 중순부터 리그를 다시 시작했고 2주째 무리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를 눈여겨 본 다른 나라 리그들은 분데스리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라리가는 6월 11일 리그 재개를 알렸다. 스페인 산체스 총리는 지난 23일 “스페인 정부와 보건당국은 6월 8일 이후로 라리가 재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이 곧바로 6월 11일을 재개일로 설정하며 사실상 재개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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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코로나19 여파를 가장 처음 맞았던 세리에A는 6월 20일부터 경기를 치른다. 빈센조 스파다포라 이탈리아 체육장관은 정부 당국과 리그 사무국의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세리에A 잔여 일정을 공식화했다. 이탈리아 역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 EPL, 세리에A, 라리가 모두 재개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졌지만 향후 확진자 추이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마스터스 EPL 회장은 ”모든 안전 요소들을 확인하기 전까지 아직 확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 최우선순위는 리그 구성원과 팬들의 건강이다“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파다포라 이탈리아 체육장관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리그가 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전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대한민국 K리그는 아무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K리그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데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는 어떠겠는가. 세 나라 리그 모두 목숨을 걸고 축구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부 축구 팬들은 리그 재개에 환호할 수 있지만 과연 유럽 리그들이 무사히 시즌 재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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