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에 음악영화 돌풍이 뜨겁다. ‘극장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음악’은 무더위에 지친 관객에게 한줄기 분수처럼 청량감과 더불어 귀호강을 선사하며 리드미컬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델타 보이즈’(감독 고봉수)는 돈도, 열정도, 특별한 재능도 없는 이들이 모여 '델타 보이즈'라는 팀을 만들어 남성 사중창 대회에 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헬조선에서 경쟁력 제로에 가까운 네 남자에게 음악은 존재의 이유이자 자기만족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다. 핍박 받는 삶의 고통과 이를 이겨낸 소울이 깃든 흑인영가 ‘제리코의 싸움’은 백미다.

뒤이어 20년 만에 재개봉한 레전드 음악영화 ‘샤인’(감독 스콧 힉스)은 10년간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채 살아온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제프리 러쉬)의 광기 가득한 삶을 다뤄 관객의 가슴에 다시금 감동이 차오르게 했다. 라흐마닌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비롯해 청각을 자극하는 피아노 연주곡들은 온몸을 흔들어 깨운다.

 

 

전설적인 록 뮤지컬 영화 ‘헤드윅’(감독 존 카메론 미첼)은 28일 재개봉한다. 구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이 연인 토미에게 배신당한 후 앵그리 인치 밴드와 함께 자신의 영혼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진정한 반쪽을 찾아 미국 전역을 떠도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 제17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관객상을 포함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1970년대 글램록을 기반으로 하면서 팝, 컨트리, 왈츠 등을 접목한 음악은 영화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감동을 배가시킨다. 오프닝부터 강렬함을 선사하는 ‘Tear Me Down’을 비롯해 ‘Wicked Little Town’ ‘Wig In A Box’, 사랑의 기원을 노래한 ‘The Origin of Love’ 등이 질주한다.

 

 

30일 문화특구 홍대에서 개막하는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서는 각국에서 찾아온 각양각색의 음악영화가 상영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라 비 앙 로즈’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아임 낫 데어’ ‘위 아 엑스’ '8마일'처럼 전설의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영화부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 ‘에이미’ 등 최신 작품들이 상영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거장과 신예의 조우, 국내외 음악영화가 만들어낼 하모니가 기대되는 자리다.

29일 개봉하는 ‘노후 대책 없다’(감독 이동우)는 국내 하드코어 펑크 신을 가까이서 담은 다큐멘터리로 실황 영상을 보는 듯 실감 나는 공연 장면과 거칠고 에너지 가득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다. 동시에 뮤지션 개개인과 청년의 삶 그리고 고민을 함께 보여주며 주류 무대에서 벗어난 음악인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7월에도 음악영화 열기는 이어진다.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의 역대급 캐스팅으로 화제를 뿌린 ‘송 투 송’은 음악에 중독된 네 남녀의 대담하고 치명적인 러브스토리로, ‘트리 오브 라이프’로 제6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테렌스 맬릭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천재 뮤지션 BV 역 라이언 고슬링의 로맨틱한 매력, 아슬아슬한 관계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 파예 역 루니 마라의 변신, 음악계 거물이자 유능한 음반 프로듀서 쿡을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나쁜 남자 마성, 쿡의 아내 론다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의 사랑이 두렵고 아픈 여자 연기가 압권이다.

사랑의 본질과 양면성을 탐사한 영화 전편에 흐르는 주옥과 같은 음악 그리고 플로렌스 웰치, 이기 팝, 아케이드 파이어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카메오 출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7월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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