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이어 다시 뭉쳤다. 혼행 같은 2~3인 여행의 매력에 빠진 우린 동일한 멤버로 후쿠오카에 도전하기로 했다. 여행지에 대한 편견은 금물이나 인간인지라, 일본 규슈 지역은 왠지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에서 너무 가깝다. 작은 항구도시일 거다. 뭐 볼 게 있을까. 대략 요 3가지 이유가 나의 발길을 도쿄, 오사카, 교토, 홋카이도, 오키나와로만 향하게 했다.

그런데 지인이 4박5일 북규슈 혼행을 다녀온 뒤 극찬을 하는 바람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일정을 짰다. 후쿠오카 공항 도착→ 렌터카로 벳부 이동 후 1박→ 유후인을 거쳐 후쿠오카로→ 후쿠오카(1박 혹은 2박)이다. 일행 중 한 명은 2박3일, 나머지 2명은 3박4일.

 

 

역할 분담을 해 숙박, 항공편, 렌터카 예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후쿠오카에 취항하는 저비용 항공사가 많은데다 프로모션도 자주 이뤄져 항공권 가격이 싸다. 조금만 광클릭 하면 왕복 10만~15만원 선에 구할 수 있다. 

벳부 1박은 온천이 나오는 대욕탕이 있는 곳을 필수로 가성비 좋은 카메노이 호텔 3인실로 했다. 한국인,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아주 유명한 곳이다. 위치나 룸 컨디션(일본 호텔 룸치곤 꽤 넓다. 화장실은 아니고), 대욕탕 시설이 괜찮은 편이었다. 후쿠오카 2박은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정했는데 성공 반, 실패 반이었다. 3박 투숙 비용은 35만원정도 들었다.

첫 규슈 여행이라 모든 게 새로운 깨달음이었는데 착한 항공권 가격과 더불어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후 1시간10분 만에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는 점은 대단한 매력이다. 공항에서 후쿠오카 시내까지 지하철로 고작 15분쯤 소요되니 이것 역시 강점이다. 블로그 글들에서 당일치기로 후쿠오카 여행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공항이 시내와 워낙 가깝다보니 착륙 즈음엔 스릴 만점! 대신 입국심사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1시간 먼저 다른 항공편으로 도착한 훈이는 렌터카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명이 타기에 딱 좋은 소형 승용차를 타고 오후 5시무렵 드디어 벳부로 향했다.

동쪽 끝 벳부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다. 벳부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양질의 온천수가 밤낮 가리지 않고 분출돼 매일 같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체크 인 뒤 시내로 슬렁슬렁 걸어 나갔다. 워낙 작은 도시라 도보로 이동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주말 밤인데도 유령도시 같기만 했다. 벳부역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돼 있는데 로바타진에서 생맥주와 일본소주, 회·아케다시 도후·생선구이 등으로 저녁 겸 술을 마셨다.

 

 

일본 생맥주는 진하고 맛있는데 가격이 비싸다. 이 시골마을도 550엔씩 받으니 헐...반면 일본소주는 큰 병으로 시켜먹으면 저렴하다. 나머지 두 친구는 가장 싼 1500엔짜리를 시켜 얼음과 물을 섞어 마셨다. 늦깎이 욜로족으로 거듭난 회사원 훈이는 다음달 1주일간 여름휴가로 뉴욕 여행을 떠난다. 워밍업 차원에서 이번 후쿠오카 여행을 왔다. 아이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술집을 나와 도심의 밤거리를 잠시 산책하고는 호텔로 돌아와 3층 대욕탕으로 직행. 넓은 실내와 작지만 실속 있는 노천탕을 오가며 피곤에 찌든 몸을 온천수로 말끔히 씻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통창을 통해 회색 도시가 두 눈에 들어왔다. 역시 조용하다. 스케줄을 고민하다 온천 방문을 먼저 하기로 했다. 벳부에는 8개의 지옥 온천이 있는데 8곳을 모두 방문할 경우 프리패스(2100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마도 지옥만 들를 경우엔 400엔의 입장권을 구입하면 된다. 우린 가마도 온천만 가기로 결정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차에 짐을 실었다.

 

 

호텔에서 가마도 지옥까진 차로 15~20분가량 걸린다. 옥색, 주황색 연못 온천, 담배연기와 맞닿으면 반응하는 연못, 족욕탕, 뜨거운 온천수 마시기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체험 코너들이 즐비하다. 매점에선 온천수에 삶은 계란과 구슬 사이다, 옥수수, 찐빵 등을 판매한다. 마침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노천 족욕탕과 매점을 점령하고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이 곳의 실체(?)를 알았다면 굳이 올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시내로 돌아와 고즈넉한 해변공원 산책을 한 뒤 드럭스토어 모리 쇼핑으로 벳부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시내에 토키와 백화점과 쇼핑몰인 유메타운이 있으나 굳이...모리는 매장 규모도 큰데다 상품 가격이 다른 일본 지역보다 저렴한 느낌이었다. 타이레놀, 비타민, 구내염에 좋은 쇼콜라 BB(일본 약은 독성이 최소화돼 있으며 퀄러티가 좋다). 치간칫솔, 샴푸, 시세이도의 퍼펙트휩, 동전파스, 휴족시간 등을 바리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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