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3일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됐다. 그동안 공정성 논란과 후보자 불참으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올해도 일단은 개최를 강행하며 회차를 늘려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올해도 논란을 비껴가긴 어려워 보인다.

사진=MBN 캡처

이번 시상식 역시도 다수 배우, 감독들이 불참했고 긴장감 없는 시상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작품상 포함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주인공에 등극했다. 하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은 참석하지 않았고,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가 대리수상했다.

또한 '82년생 김지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유미와 '극한직업'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 등 다수 배우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대리수상이 이어졌고 배우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재미마저도 상실된 시상식이 됐다.

사진=MBN 캡처

영화제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본래 시상자는 전년도 수상자나 관련된 인물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해당 시기의 핫한 인물이 시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 메인 수상인 최우수 작품상 시상에 조직위원장과 더불어 배우 채정안이 등장한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좀처럼 시상식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흥겨운 축하무대로 그나마 없는 분위기를 살려도 모자랄 판에 발라드곡인 폴킴의 '너를 만나'가 공연된 건 더욱 어색함을 남겼다.

더불어 참석한 배우들과 이휘재, 한혜진 두 MC 역시도 최근 대종상 분위기를 모르는 바 아닐 터. 돋보이지 않으려 자중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도 함께 숨죽이게 만들었다.

사진=싱글리스트DB

수상자나 수상작의 작품성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나눠주기 수상도 여전했다. '기생충'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여우조연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까지 오른 미술상과 편집상 등에서 수상하지 못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결국 이번 대종상영화제도 예년처럼 썰렁하고 의미없게 마무리됐다. 그저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해 주목받은 가수 박봄이 이날의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게됐다.

한국 영화계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으로 그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섰다. 이에 반해 시상식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할리우드처럼 영화계 발전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시상식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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