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고독한 미식가' 열혈 시청자로서 고독한 미식 여행은 오랜 꿈이었다. 

도쿄 여행을 하는 3일동안 미친듯이 입 안에 음식을 우겨넣으리라 다짐했으나 이런 내 결심을 굴복시킨 건 열정에 못 미치는 위장 크기였다.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는 탓에 많은 음식을 먹진 못했지만 열심히 빨빨 돌아다니며 여러 도쿄 맛집에 발을 내디뎌봤다.

 

츠키지 시장 스시잔마이

도쿄에서의 첫 끼는 츠키지 시장에 위치한 '스시잔마이'에서 떼웠다. 비가 내리는 저녁이었다.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 으스스한 시장에서 스시잔마이는 거의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알고보니 24시간 운영하는 체인점이었다. 체인점인줄 알았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거다. 비행기에서 내린지 몇시간 안돼 너무 지친데다 이것저것 골라 먹을 기력이 없어 그냥 모듬세트를 시켰다. 국내 'X쉐프 스시'와 비슷한 퀄리티의 스시가 한접시 나왔다. 맛은 그냥저냥인데, 시원한 레몬사와를 곁들이니 그래도 일본에 온 게 실감났다. 

 

로손 편의점

츠키지 시장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간식을 몇개 샀다. 저기서 도날드덕이 그려진 에비앙 생수가 제일 비쌌고 나머지는 모두 98엔이었다. 하나는 치즈케이크 비슷한 푸딩이고 하나는 티라미수, 하나는 카페라떼를 빙자한 커피우유였다. 세개 다 맛있었지만 치즈케이크가 가장 놀라운 가성비를 자랑했다. 생수는 이상한 비린내가 났다.

 

아사쿠사 녹차 아이스크림

아사쿠사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사실 아사쿠사에선 크레미아 쿠크다스 아이스크림이 제일 인기가 많지만 땡볕 아래서 줄 서 있을 엄두가 안 나 이걸로 입을 달랬다. 그런데 녹차 악개인 내 입맛에도 너무 맛있는 거다. 싸구려느낌은 1도 없음. 보통 아이스크림은 절반 먹으면 물리기 마련인데 진한 녹차향이 나를 손까지 쪽쪽 빨아먹게끔 인도했다.

 

아사쿠사 우나테츠 장어덮밥

일본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다… 이걸 먹는 상상으로 행복한 한달을 보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가격대가 높아서인지 웨이팅이 없었다. 음식도 금방 나왔다. 원래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간 메뉴가 유명한데 비교적 싼 런치메뉴로 0.5마리를 제공하는 우나동도 인기다. 우나동을 주문한 나는 빈약한 비주얼이 좀 아쉬웠지만 훌륭한 장어구이를 맛본 후 마음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밥은 너무 짰지만 장어가 고급져서 괜찮았다. 계속 먹다가 밀려오는 느끼함은 츠케모노라 불리는 샐러드로 완화시켰다.

 

기치조지 몬타나 포크커리

지브리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들른 기치조지. 좋게 말하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좁아서 숨 막히는 카레 맛집 몬타나 카페로 향했다. 도쿄 방문 2회차인 친구가 추천해줘서 간 곳인데 포크 커리가 가장 맛있다길래 이걸로 시켰다. 특이하고 톡 쏘는 소스가 버무려진 샐러드와 강황 라이스, 그리고 천상의 맛을 선사하는 카레와 돼지고기가 어우러졌다. 계란도 얹어주는데 반숙과 완숙 중 선택할 수 있다. 계란과 돼지고기를 한꺼번에 입안에 집어넣고 그 맛에 너무 놀라 허리통증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 초콜릿 케이크 톱 말차 프라푸치노 (일본 한정판)

운 좋게도 도쿄 여행 기간 동안 스타벅스 일본에서 판매한 한정판 프라푸치노를 영접할 수 있었다. 맛 없는 게 불가능한 말차 프라푸치노에 맛 없는 게 불가능한 초콜릿 케이크가 위에 올라간 메뉴다. 케이크는 굉장히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프라푸치는 상대적으로 달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그린티 파우더를 더 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일본어가 능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맛있는 걸 먹어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행운이긴 하지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