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요즘 팬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스타와 브랜드를 움직인다. 그 위력은 좋아하는 스타를 CF에 출연시킬 정도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제공

대표적인 예로 가수 비는 ‘깡’의 역주행으로 국민스낵 ‘새우깡’ CF 모델이 됐다. 2017년 발표된 ‘깡’은 공개 당시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혹평을 받으며 비의 흑역사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깡’ 뮤직비디오가 ‘영상 맛집’으로 등극, 이것이 밈화(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놀이)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1깡’(하루에 한 번 깡을 본다는 의미), ‘깡니버스’(깡과 유니버스의 합친 말) 등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비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소감을 밝혔고, 해당 방송 클립 댓글에는 ‘농심은 비를 모델로 새우‘깡’ CF를 찍자’는 내용이 폭주했다. 이에 농심은 지난 4일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다.

사진=매일유업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도 팬들 덕분에 매일유업 CF 모델이 됐다. 임영웅이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모카맛을 즐겨 마시자 이를 눈여겨본 팬들이 해당 회사에 그를 CF 모델로 발탁하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이다.

이렇게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팬을 ‘팬슈머(팬과 컨슈머의 합친 말)’라고 부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발표한 ‘트렌드코리아 2020’을 통해 올해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된 ‘팬슈머’는 본인이 직접 투자해 상품을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프로듀스 101’처럼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선발하는 것도 팬슈머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요즘 스타와 브랜드는 팬들의 반응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오늘날, 브랜드들은 어떻게 팬들의 움직임에 화답하고 있을까.

사진=라인프렌즈 제공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가 인기 캐릭터 ‘BT21’로 팬들과 함께 점점 더 진화된 방식으로 소통하는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KOYA(코야), RJ(알제이), SHOOKY(슈키), MANG(망), CHIMMY(치미), TATA(타타), COOKY(쿠키), VAN(반) 8개의 캐릭터로 구성된 BT21은 지난 2017년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BT21이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BT21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즐기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 라인프렌즈는 지난 5월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BT21의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를 담은 ‘BT21 유니버스 시즌3’의 쇼츠 애니메이션 ‘버스킹 치미’ 편을 공개함과 동시에 팬 대상의 ‘스밍(스트리밍) 챌린지’를 알렸다. 해당 영상 공개 후 1주일간 200만 조회수를 달성할 경우 라인프렌즈 뉴욕 타임스퀘어점 사이니지에 치미의 버스킹 특별 영상을 공개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챌린지다.

해당 영상과 챌린지 공개 직후 전 세계 팬들의 폭발적인 참여로 단 6일 만에 200만 조회수를 달성,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치미의 따뜻한 메시지를 담긴 특별 영상이 게재됐다. 단순히 영상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유를 이끌어내고, 팬들의 피드백을 브랜딩에 반영해 이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소통 행보를 보여준 사례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컷, 농심 제공

이처럼 팬들의 참여가 브랜딩에 직접 영향을 주는 ‘팬슈머 트렌드’는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얻고 있는 ‘리액션 비디오’ 장르까지 손을 뻗쳤다. ‘리액션 비디오’는 팬들이 특정 영상을 보고 반응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며 온라인 주류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외 다양한 분야의 많은 브랜드가 팬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화답하며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했을 당시 전세계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는 장면을 보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 네티즌들이 너구리를 거꾸로 읽고 ‘RtA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라며 관심을 보이자 농심은 아예 한정판 라면인 ‘앵그리 RtA’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등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슈머를 겨냥한 마케팅을 두고 “기존 팬층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입소문을 통해 신규 소비자를 모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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